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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고 보살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이정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tvN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은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이 성공 요인이었다. 그중에서도 서빙고 보살 역으로 극의 중요한 흐름을 이끌었던 배우 이정은(45)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다. 뽀글이 퍼머에 펑퍼짐한 개량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든 이정은은 이승을 떠도는 처녀귀신 신순애(김슬기 분)를 이리 쫓고 저리 쫓는 무속인 역을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완성했다.

이정은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신 중 백미는 신순애의 영혼이 빙의된 상황을 표현한 장면이었다. 이정은은 입술을 오리처럼 뾰족하게 내미는가 하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실제 신순애가 빙의된 듯 연기력을 선보여 “어디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배우냐”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상파에서는 낯선 얼굴이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25년차 경력의 베테랑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극 무대에 올랐다. 지난 3월 연극 ‘슬픈인연’에서는 첫사랑을 만난 남편을 둔 언어 장애를 가진 여자 역을 열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오나귀’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게 돼 가문의 영광이라는 이정은은 “‘오나귀’를 만난 게 큰 행운이다. 나는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몸만 빌려준 기분이다. 그만큼 두분이 서빙고 보살 역에 애정을 가지고 캐릭터를 제시해주셔서 빙의된 기분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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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몸으로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정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처녀 귀신 신순애를 뒤쫒느라 촬영하는 동안 살이 다 빠졌을 정도였다. “하루 대여섯시간씩 뛰었다. 촬영하던 때가 한여름이어서 나중에는 귀가 잘 안들리는 증세가 생기기도 했다. 살이 빠지면 캐릭터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밤마다 밥통을 끼고 앉아 밥을 먹어가며 체중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연기 경력 25년차지만 드라마 경력은 3년차다. 데뷔 초 예기치 않게 생겼던 카메라 울렁증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를 피했다가 2013년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다.

수다를 좋아하고 세상사에 관심도 많은 이정은은 천생 배우체질이다. 배역을 맡으면 그 직업의 사람들 가까이에 다가가 관찰하는 게 시작이다. 서빙고 보살 역을 맡았을 때도 무속인들을 찾아가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최근에는 JTBC 드라마 ‘송곳’ 촬영을 앞두고 청과물 판매 사원 역을 준비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돌아다니고 있다.

주로 남편 없는 역할을 연기했다는 이정은은 “아직 미혼이다. 연애를 항상 드라마틱하게 잘했는데 늘 흐지부지 끝나는 바람에 결혼을 못했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잘생긴 남자와 연애하고 싶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뚱뚱한 몸으로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액션연기도 하고 싶고, 홈드라마도, 로맨스물도 하고 싶다. 스포츠댄스를 배웠기 때문에 춤 연기도 해보고 싶다. 작은 역할이라도 도전해볼 수 있는 역이라면 언제든지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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