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병모기자]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 재벌그룹 총수들의 등기임원 사임이 크게 늘었다.

30일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등기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현재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곳은 78개사로 2013년 말 조사때의 108개사보다 2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수를 포함한 전체 친적(총수 4촌 이내)의 등기임원 등재 계열사도 종전 275개사에서 204개로 61개, 25.8% 줄었다.

◇9개 그룹 총수는 단 한곳도 등기임원 맡지 않아

이번 조사에서 30대 재벌그룹 중 삼성, SK,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신세계, LS, 대림, 미래에셋 등 9개 그룹의 총수는 계열사 등기임원을 아예 단 한 곳도 맡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3년말 재벌닷컴이 조사할 때보다 2개 재벌그룹이 늘어난 결과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임한 것으로, 당시 사법처리라는 외생변수 때문이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2월 한화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7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났다. 최태원 회장도 SK이노베이션 등 3개사에서 퇴진했다. 김 회장과 최 회장의 경우 7월말 현재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사퇴한 상태다.

삼성그룹의 경우 2년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오른 이부진 사장만 등기임원일뿐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삼성전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미등기임원이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002년 이명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신세계 등기임원에 올랐다가 보수 공개를 앞둔 2013년에 미등기임원으로 물러섰다.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을 비롯해 친족 중 단 한 명도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지 않고 있다. 30대 재벌그룹 중 총수 일가족이 등기임원 자리에 오르지 않은 유일한 사례다.

총수 포함 친족의 등기임원 비율은 삼성그룹이 계열사 65개사 가운데 이부진 사장 1명만 등기임원을 맡아 1.5%로, 30대 그룹중 미래에셋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다. 그 다음으로는 88개 가운데 친족 2명만 등기임원인 SK그룹이 2.3%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총수와 친족들의 등기임원 사임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주력사인 영풍 등 6개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대홍기획 등 5개사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구속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대한통운 등 5개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각각 물러났수 밖에 없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메탈 등 2개사의 등기임원 명단에서 각각 빠졌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각각 1개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와 한국공항의 등기임원에서 사퇴했지만, 작년 한진해운과 한진칼의 등기임원에 새로 올라 등기임원 겸직 계열사 수는 8개사로 변함이 없었다.

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등재한 계열사가 2013년 9개사에서 올해 10개사로 1곳이 늘어났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같은 기간 등기임원에 오른 계열사가 2개사에서 3개사로 1곳이 증가했다. 부영의 경우 계열사가 16개사에서 15개사로 줄어드는 과정에서도 이 회장이 10개사의 등기임원이어서 총수의 등기임원 비율이 66.7%로 30대그룹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자신을 포함해 12개사에 총수 친족이 등기임원을 맡아 이 비율 역시 80%로 가장 높았다.

◇총수의 등기임원 사임을 어떻게 봐야되나?

총수와 친족의 계열사 등기임원직 사퇴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2013년 11월부터 시행되면서 지난해 4월부터 등기임원의 보수공개가 시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앞서 서둘러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경우도 있었고, 보수공개가 되면서 따가워진 여론의 시선을 의식해 사퇴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등기임원에서 사퇴한 총수 및 일가족은 신분만 등기임원에서 비등기임원으로 바뀌었을뿐 여전히 직책을 수행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경영의 법적책임만 면제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brya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