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랩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도전하고 싶거든".


방송인 정준하가 최근 '노력과 정(情)'을 바탕으로 '무한도전' 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고 있다.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2015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인 만큼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현장을 찾아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스타들과 짝을 이뤄 지난 50일간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평창의 밤하늘을 축제의 물결로 수놓았다.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지난 22일 전파를 탔고, 시청률 21.1%(이하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토토가(22.2%)' 이후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 관련 기사도 무수히 쏟아졌다. 음악과 무대 퍼포먼스 등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은 박명수-아이유 팀의 '레옹'은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황태지'의 지드래곤은 광희를 '아이돌화'시키며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런 가운데 대중은 윤상, 정준하의 '상주나' 팀의 진정한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준하는 가요제 시작 전부터 '힙합(HipHop)', 즉 '랩(Rap)'에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힙합 뮤지션들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충과 효'를 강조하는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을 것 같던 '힙합' 장르는 힙합 뮤지션들의 꾸준한 노력과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성큼 가깝게 다가왔고, 이제는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대표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정준하는 대중적 인기 속에 나오는 음원마다 차트를 휩쓰는, 그렇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쉽지 않은 '힙합' 장르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준하는 가요제 파트너를 정할 때부터 '힙합'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팀 선정을 위한 '가면무도회' 에서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선곡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그의 랩은 기대 이하였다. 놀림의 대상 밖에 되지 못했고, 그의 형편없는 래핑에 무한도전 제작진은 영화 '다찌마와 리'의 임원희 대사에 빗대어 '마치 어느 영화처럼 대사를 읽듯 가사를 읊조린다'고 했다. 지드래곤은 헛웃음을 지으며 정준하의 랩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고 "도토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박진영 역시 "뭔가 올드하다"며 혹평했다.



하지만 정준하는 '힙합'을 향한 끈을 놓지 않았다. 정준하는 지난해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윤상과 파트너가 됐다. 가요제 준비를 위해 처음 만난 날 윤상은 정준하에게 "너가 랩을 잘하면 우리의 장르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고, 이에 정준하 역시 "랩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도전하고 싶거든"이라며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정준하의 앞 길은 '산 넘어 산',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작부터 도끼(Dok2), 더콰이엇(The Quiett), 빈지노(Beezino)의 진단 평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정준하는 제목 '도토 아빠의 하루'로 랩을 했다. 하지만 어설픈 래핑에 프로들은 할 말을 잃었다. 도끼는 "라임도 없고, 리듬감도 없고, 랩 메이킹이 디자인인데 디자인이 전혀…"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래퍼들은 마지못해 그의 '가능성'을 평가하며 '랩'에 도전해 볼 것을 허락했다.



그때부터 정준하의 노력은 시작됐다. 빈지노는 옆에서 그를 도왔다. 빈지노는 "가사는 청중들이 의미를 확실히 느끼도록 써라"라고 방법을 일러줬고, "빠른 비트에는 포인트 단어로 시작하고, 뒷부분에서 본격적인 랩을 해라"고 말했다. 또 정준하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몸이 너무 경직돼 있다. 몸을 리듬에 맡기라"고 조언했다. 빈지노 덕에 어려울 것만 같았던 그의 도전에도 한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준하는 1주일 뒤 다시 만난 빈지노 앞에서 수정된 자작 랩을 선보였다. 이를 들은 빈지노와 윤상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뼉를 쳤고, 심지어 빈지노는 "직접 쓰신 거 맞느냐"며 정준하의 자작 랩에 의심과 감탄을 동시에 했다. 자작 랩이 완성되자 녹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모두를 중독시킬 만한 노래가 탄생했다. 정준하의 집요한 노력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정준하의 노력은 '자작 랩'에서 그치지 않았다.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접목시킨 곡 '마이 라이프(My Life)'에 맞게 무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그는 전동휠을 타고 자작 랩을 뽐냈으며 중간 댄싱 타임에서는 팝핍 여제 주민정과 호흡을 맞춰 두드러지게 향상된 댄스 실력을 보여줬다. 거기에 씨스타 효린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20년 내공을 자랑하는 작곡가 윤상의 리듬이 조화를 이루며 최상의 무대를 선사했다. 그의 '노력'에 '무도' 팬들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준하는 '정주나 안 정주나 늘 정주는 정준하'라는 별명처럼 정이 많은 방송인이다. 개그맨 박명수와 '하와 수'로 불리며 악숙 케미를 자랑할 때도 늘 져주고, 동생들에게 놀림 당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6월 정준하와 '극한 알바' 특집을 함께한 박명수는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만난 코끼리 '도토'를 보살피는 정준하의 모습에 독설과 타박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도토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또한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방송된 '배달의 무도' 특집에서도 정준하는 46시간 만에 가봉에 도착해 머나먼 이국 땅에서 '가봉 대통령' 경호팀장으로 살고 있는 사연남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준하는 사연을 보낸 할머니의 인상착의를 유심히 보고 가발과 의상을 직접 준비하는 철저함도 보였다. 어머니의 손맛과 정준하의 따뜻한 포옹으로 50대 아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시청자들 역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며 '무한도전' 게시판에 수백 개의 시청소감을 남겼다.


그동안 '무한도전' 속 정준하의 모습은 늘 동생들에게 놀림 받으며 '바보스럽고', 어리바리한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최근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그의 '노력'과 '정' 넘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뉴미디어팀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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