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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난 2010년 12월 카타르 아시안컵 합류를 앞두고 춘천 공지천에서 부친 손웅정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손흥민 프리미어리그 진출 가시화가 국내 축구계 화제로 등장한 가운데 그의 전격 이적 뒷얘기도 조금씩 밝혀져 흥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손흥민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부친 손웅정(53·손웅정축구아카데미 총감독) 씨 얘기까지 더해지면서 축구팬들은 27일 내내 ‘손세이셔널’ 관련 소식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국 축구에서 선수들 부친인 ‘사커 대디’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다. 대성한 선수들 상당수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부친을 두고 있다. 다만 이번 손흥민 이적의 경우엔 그의 현 소속팀인 레버쿠젠(독일) 지도자 및 선수들이 한국적 ‘사커 대디’ 문화에 많은 아쉬움을 표시, 갑론을박 대상이 되고 있다.

◇토트넘행 전격 추진 이면에는?

영국 및 독일 언론 대다수는 27일 손흥민이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의 이적을 거의 마무리지었다고 보도했다. 세부 협상만 마무리지으면 그의 ‘축구종가’ 입성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적료는 2500만~3000만 유로(333억~399억원) 사이로 추산되는데, 역대 아시아 선수 중 최고 몸값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손흥민의 경우, 26일 런던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받고도 협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변수는 다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프리미어리그 입성은 사실 시간문제에 가까웠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톱클래스로 성장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점점 존재감을 알린 손흥민을 ‘세계 축구의 엘도라도’ 프리미어리그가 그냥 놔둘 리 없다. 다만 이번 토트넘 이적건은 전격 성사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레버쿠젠에서의 최근 부진으로 벌어진 ‘입지 축소’ 논란을 일축하듯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구단으로 가는 것을 눈 앞에 뒀다. 갑작스런 이적 성사 배경엔 그의 아버지인 프로축구 선수 출신 손웅정 감독과, 손흥민이 함부르크에 갈 때부터 에이전트를 맡았던 독일인 티스 블리마이스터의 역할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이적시장에 따르면 특히 손 감독은 최근 며칠간 레버쿠젠 구단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아들의 축구종가 입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초반 독학으로 키운 아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적기가 지금임을 파악하고, 내달 초인 이적시장 마감 전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추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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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그의 부친 손웅정 씨. (스포츠서울DB)

◇레버쿠젠 반감 “아버지 의견도 좋지만…”

다만 레버쿠젠에 몸 담고 있는 몇몇 인사들이 손흥민과 주변 지인들 행동에 서운함을 나타내면서 ‘사커 대디’ 손 감독 이름도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손흥민과 함께 2선 공격을 맡고 있던 터키 출신 하칸 찰하노글루는 27일 라치오와 치른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홈 경기 직후 “손흥민이 훈련장에 나오지 않았다. 전화와 문자로 연락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그가 이렇게 떠난다면 레버쿠젠은 아주 뛰어난 선수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당신이 23살이라면 아버지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 만의 의견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덧붙여, 손흥민 이적에 손 감독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고 있는 로저 슈미트 감독도 이날 “손흥민이 좋지 못한 조언을 받았다. 떠나겠다는 손흥민의 결정은 팀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고 밝히며 손흥민 지인들에게 아쉬움을 표현했다. 레버쿠젠은 이날 라치오전을 이겨야 유럽 최고의 클럽대항전인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런 민감한 시점에서 손흥민과 주변인들이 이적 의사를 강하게 전한 것에 반감이 있을 수 있다.

◇메시도 부친이 에이전트…손흥민에게도 각별

하지만 손 감독 행동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도 있다. 손흥민이 이적하기에 적기인 만큼, 그의 인생이 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만큼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에이전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팀을 옮기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손흥민과 지인들 마음 속에 묻어나왔다고 봐야 한다”며 “유럽에선 훈련 불참 등도 하나의 메시지가 되곤 한다. 레버쿠젠 입장에서도 이적료가 적당한 만큼 쿨하게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커 대디’가 꼭 한국적인 문화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최근 “요즘 첼시에 있는 어린 선수들은 아버지 등 가족들 영향력에 너무 놓여서 문제다”고 꼬집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가족 중심 선수 관리 문화가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도 아버지 호르헤 메시 영향력 아래 놓인 끝에 결국 호르헤가 에이전트까지 맡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건 아드난 야누자이도 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크고 있다. 그런 점에서 10대부터 기술, 정신, 성장 등 ‘축구 선수 손흥민’의 많은 것을 맡았던 손 감독이 사실상 아버지보다 에이전트 및 매니저에 가깝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번 토트넘 이적 추진을 통해 손흥민은 물론, 손 감독도 ‘아들 후견인’으로서 승부수를 띄웠다고 볼 수 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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