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흥분한 한화 이용규 말리는 동료들
[광주=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한화 이용규(오른쪽 두번째)가 22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KIA와 한화의 경기 7회말 관중과 언쟁을 벌이자 동료들이 달려들어 말리고 있다. upandup@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그래도 한 분의 소중한 팬인데…. 스스로 자제하시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죠.”

심판에게 욕설을 하던 관중이 퇴장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야구계가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어긋난 팬심 하나가 다른 야구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25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 SK의 2015 KBO리그 정규시즌 경기 도중 심판에게 강도 높은 욕설을 하던 중년 여성 관중 한 명이 퇴장당했다. 선수나 심판이 ‘공인’이기 때문에 팬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고 백번 양보해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사실 선수와 심판을 향한 관중들의 도 넘은 비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비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있다”며 팬들의 자발적인 자제를 촉구했다.

◇심한 욕설에 선수가 눈물 보이기도

26일 대전 한화전을 지휘한 류 감독은 “각 구장마다 거나하게 취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는 팬들이 꼭 한 두 명씩은 있다. 대전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특이했던 게 그 팬은 우리 팀 선수 한 명을 찍어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욕을 했다. 예전에 모 선수는 그 분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소한 실수라도 하나 하면,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온갖 욕설을 들어가며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SK 한 선수는 “상습적으로 욕설을 하는 팬은, 욕도 참 찰지게 한다. 관중들과 대화하거나 언쟁할 수 없도록 야구규칙에 명시돼 있어 대응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지만 울화가 치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요즘은 가족단위 관중이 많아져서인지, 예전보다 훨씬 잦아들기는 했다”고 말했다. 심판원이나 선수,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도 “욕설도 엄연한 폭력이다. 도가 지나친 사람들은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뾰족한 대책 없다는 게 더 큰 문제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강력한 제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KBO 정금조 기획운영부장은 “그라운드에 서 있는 구성원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팬에게 제재조치를 취한다는 게 어려운 문제다. 형사처벌을 해야하는 상황인지도 판단하기 애매하다. 기존 방침대로, 각 구단별 입장권 뒷면에 경고문구를 새기고, 계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욕설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 역시 야구장에 직접 찾아와 응원을 보내주는 한 명의 소중한 팬이기 때문에 KBO차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정을 만드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구단에서 계도하고, 주위에 있는 관중들이 서로 자제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심판의 요구로 처음 관중을 퇴장조치한 SK관계자도 “상습적으로 욕설을 하거나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팬들은 구장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어제(25일) 같은 경우는 처음 본 팬이라 문학구장 출입금지 같은 조치를 내리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팬들께 지나친 비방이나 욕설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경기도중 그라운드에 난입해 SK 백재호 코치의 목을 조른 팬은 KIA 구단에서 영구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어린 자녀와 함께 있다면 욕 할 수 있나

각 구장 입장권 뒷면에는 ‘경기 및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행위(소란 및 폭력(욕설)행위, 투척행위, 애완동물 동반, 현수막 게첨, 상업적 행위)를 할 경우에는 퇴장 또는 법적 제재를 당하실 수 있습니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 또 ‘흡연은 반드시 흡연구역에서 하시고, 금연구역에서 흡연 적발시 퇴장조치 및 범칙금이 부과됩니다’는 조항도 있다. 근거가 있지만, 팬들의 자정노력이 먼저다. 과거 툭 하면 오물을 투척하고,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던 과격한 팬들은 주변에 있던 관중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자연스레 설 자리를 잃었다. 욕설하는 관중도 같은 방식으로 설자리를 잃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팬 없이 프로야구가 존재할 수는 없다. 반대로 프로야구가 없으면 당연히 팬도 있을 수 없다. 프로야구에 종사하는 선수와 심판이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듯, 팬들도 이들이 매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켜봐줄 의무가 있다. 존중과 배려라는 어려운 말보다 바로 옆에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어떨까. 어른들은, 초등학생이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으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찬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