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훈
최근 복싱계 파벌 다툼에 시달린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국내 최고 아마추어 복싱 스타의 갑작스러운 ‘국가대표 은퇴’ 발표였기에 향후 거취를 두고 뜬소문도 거세다.

26일 오전 한 매체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신종훈(26·인천시청)이 복싱 프로모션 업체인 ‘나린’과 계약에 구두로 합의하고 사인만 남겼다는 보도에 본인과 업체 대표 모두 황당해 했다. 신종훈은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기사가 떠서 깜짝 놀랐다. 난 아직 소속팀에서 월급을 받는 선수이고,(국제복싱협회) 징계에도 국내 대회 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얘기가 나오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나린프로모션을 설립한 양석환 한국권투연맹 울산지회장도 “신종훈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훈련장을 찾아 의사를 물은 적은 있으나 마치 계약한 것처럼 말이 나왔다. 나도 난처한 상황이고 선수에게도 미안하다”고 했다.

◇ 신종훈 영입설…나린 프로모션은 어떤 단체

나린프로모션은 올 초 서울 대치동 스타강사 출신인 양 씨가 설립한 단체다. 복싱에 애정이 큰 그는 ‘공업도시’ 울산을 한국 복싱 부흥의 전진기지로 삼아 지난 3월과 7월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 유일의 동양 챔피언인 김예준(23)을 배출하는 등 국내 복싱 열기 부활의 밀알 구실을 하고 있다. 사실 프로복싱계에선 신종훈의 가치를 높게 본 건 아니다. 아마추어로는 월등한 기량으로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등 맹활약했으나 프로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 국제복싱협회(AIBA) 징계 이후 마음고생이 심한 신종훈의 나이도 어느덧 20대 중반이다. 전성기의 스피드와 펀치를 되찾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양 씨는 부당한 대우로 태극마크를 포기한 신종훈의 잠재력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는 “신종훈을 데려온다고 일확천금을 얻는 것도 아니다. 아까운 인재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라며 “그래서 관심을 둔 것인데 너무 앞선 보도가 나왔다. 선수나 가족이 피해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허탈해했다.

◇ 신종훈 국내 대회 출전 불발하면 나린과 만난다

신종훈도 프로행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까지 인천시청과 계약된 가운데 AIBA에서 자신에게 내린 1년 6개월의 선수 자격 정지 징계로 내년 4월까지 어느 대회에도 뛸 수 없다. 사실상 재계약이 어렵다. 타 실업팀도 그를 데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록 올림픽 꿈은 접지만, 좋은 대우로 새로운 도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프로 세계는 구미가 당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보도에 난처한 건 자신이 아시아 정상에 서는 데 도움을 준 인천시청과 참된 이별을 원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청도 비록 신종훈과 인연을 더 이어갈 수는 없으나 명성에 걸맞은 프로모션 업체의 제의가 오면 길을 열어줄 생각이 있다. 우선 신종훈은 AIBA 징계에도 올해 전국체전 등 국내 대회 출전의 길을 열 수 있는지 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가능성은 희박하나 인천시청에 대한 최소한 도리로 여기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나린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비전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뜻대로 되지 않으면 (프로 전향을) 더 큰 무대 도전으로 여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 씨도 “신종훈 측이 만날 의사를 내보인다면 적극적으로 만나 보겠다”고 했다.

신종훈은 설령 프로행을 확정해도 AIBA, 대한복싱협회에 대한 외로운 싸움은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내 미래가 어떻게 되든 (복싱 파벌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신종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4월이다. AIBA가 복싱 인기 부활을 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을 전후해 신종훈 등 상위 랭커와 계약을 체결하고 추진한 프로리그인 APB 계약서를 들고 독일 전지훈련인 신종훈을 만났다. 신종훈은 영문으로 된 문서 내용을 모르고도 나중에 무효로 할 수 있는 ‘가계약’이라는 AIBA 직원의 말에 사인했다. 그러나 AIBA 측은 신종훈에게 충분히 설명한 정식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APB 계약서엔 국내대회 등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달렸다. 그해 신종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뒤 중국에서 열린 APB 대회가 아닌 전국체전에 출전했다가 1년 6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복싱협회는 AIBA 측과 만나 APB대회와 국제대회 출전만 하는 조건으로 징계 해제를 약속했으나 국내 대회 출전이 중요한 인천시청 소속의 신종훈은 이를 들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배후엔 복싱계 파벌 다툼이 있다고 여겨 태극마크까지 반납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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