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정근우-장성우, 우리 무슨 사이길래 같은 포즈로
한화의 정근우(오른쪽)가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 4-3으로 뒤진 9회말 2사 1루서 허도환의 좌전안타때 1루에서 홈까지 쇄도하다 태그아웃 된 뒤 허탈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kt 포수 장성우도 블로킹 충격에 드러누워 쉬고 있다.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아직도 ‘쌍팔년도’처럼 야구하는 사람들이 있어.”

모 구단 배터리 코치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부정행위 여부를 떠나 선수들이 다칠 수 있는 플레이를 ‘의식적으로’ 하는 포수의 행동을 본 뒤였다. 그는 “이제는 사라졌다고 생각한 플레이가 올해 몇몇 구단에서 보이고 있다. 포수들이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홈블로킹 과정에서 주로를 막고 있는 정도는 “애교”라고도 했다. 또다른 팀의 코치 역시 같은 장면을 떠올리며 “현대 야구에서는 하지 않는 플레이다. 똑같은 방법으로 자기팀 주축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해봐야 정신차리려나? 어릴 때부터 나쁜 습관에 젖어들면, 베테랑이 된 후에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 접전 상황에서 주로를 미리 막아 놓는 포수는 많이 사라졌다. 대신 포구 직전 왼발을 뒤로 빼 주로쪽으로 미리 이동하는 선수들은 여전히 눈에 띄는데, 이는 심판이 판단하기 매우 애매하다. 심판들은 “포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동작이라, 현장에서는 명확히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심판판정합의제처럼, 느린 중계화면으로 보면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 이뤄지는 플레이에서는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포구 직전까지 마치 공이 오지 않는 것처럼 서 있다면 어떨까.

[SS포토]9말 동점득점 김하성, 센스있는 손 집어넣기
[목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20일목동구장에서 9회말 1사 1,2루 서건창 안타때 홈까지쇄도한 2루주자 김하성이 홈에서 세이프된후 이재원과의 충돌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kanjo@sportsseoul.com>

예를 들면 이렇다. 주자 2루에서 안타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는 송구 방향을 포수가 서 있는 위치를 보고 확인한다. 송구가 홈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포수의 움직임으로 파악해 슬라이딩 여부와 방향을 정한다. 그런데 포수가 공이 오지 않는 것처럼 홈플레이트 앞에 가만히 서 있다면? 홈으로 달리던 주자는 타자주자의 추가 진루를 저지하기 위해 커트맨에게 공이 전달된 뒤 더이상 컷 오프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홈플레이트에 거의 도달했을 때 포수가 갑자기 공을 잡아 태그 동작을 취한다면? 슬라이딩 여부와 방향을 결정하지 않은채 전력으로 달리던 주자는 어떤 형태로든 자세를 급히 바꿔야 한다. 햄스트링이나 무릎, 발목을 다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른바 ‘홈플레이트 충돌’ 없이도 주자가 치명상을 입는다는 뜻이다. KIA 이범호는 상대 포수의 이런 플레이에 햄스트링을 부상해 아직도 뛸 때 부담을 느낀다.

포구의 자세는, 외야든 내야든 포수든 상관없이, 무릎을 굽힌 채 자세를 낮추고 서 있는 모양이다. 무릎을 유연하게 구부린 상태에서 송구나 타구를 기다려야 반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 중 야수들을 보면 몸을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홈 접전 상황일 때 포수들의 자세는,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베이스커버에 들어간 야수들보다 더 웅크리고 있다. 블로킹을 해야하기 때문에 몸의 중심이 최대한 지면과 가까워야 한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가만히 서 있다는 것은, 공이 자신에게 올 가능성이 없다는 암묵적 시그널이다. 주자들이 ‘슬라이딩을 안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주자를 기만하는 일종의 페이크 동작에 각팀 코치들이 우려를 넘어 분노를 표하는 이유다.

모 구단 배터리 코치는 블로킹 훈련 때 아예 “아직 홈 충돌방지와 관련해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하던대로 하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더그아웃에서 취재도중 이렇게 외치는 배터리 코치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감독들은 대부분 “홈 블로킹 상황에 포수는 주로를 비워주는 것이 맞다. 포구한 뒤 태그동작을 취하는 게 정석이다. 무엇보다 선수가 다칠 수 있다. 선수층이 얕고 경기 수가 많은 KBO리그 특성을 고려하면, 모든 선수들이 소중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결정된 것이 없으니 하던대로 하라”는 식으로 지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SS포토]김주찬 1루에서 송신영과 접전, 판정은 번복
모든 야수는, 심지어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투수들도, 공이 자신에게 날아오면 자세부터 낮춘다. 무릎을 유연하게 만들어 놓아야 송구 방향에 따른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목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홈 충돌 방지규정(룰 7.13)을 만들었다. 포수가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채 주자의 주로를 막으면, 안전 진루권으로 세이프를 선언하도록 했다. 홈을 파고들던 주자가 포수나 야수가 공을 떨어뜨리게 할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충돌할 경우에는 자동 아웃이 된다. KBO리그는 여기에 더해 포수의 주자 기만행위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야구규칙 7.06 주루방해 조항의 ‘부기’편도 수정해야 한다. 해당 항목에는 ‘포수는 공을 갖지 않고서는 득점하려는 주자의 진로를 막을 권리가 없다. 베이스 라인은 주자에게 권리가 부여된 것이므로 포수는 날아오는 송구를 받으려고 하거나 이미 공을 갖고 있을 때만 선상에 위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주로를 열어놓고 공이 오지 않는 것처럼 가만히 서 있다 기습적으로 태그 동작을 취하는 기만행위는 규정에 입각하면 ‘문제없는 플레이’가 될 수 도 있다.

‘야구의 품격’에서 주자를 기만하는 포수의 이름과 구단 등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자연스럽게 이런 플레이가 없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겉으로만 ‘깨끗한 야구’, ‘세이프 캠페인’을 할 게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 위원들도 이런 플레이를 면밀히 체크해 방지대책을 강구해야한다. 프로야구는, 모든 아마추어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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