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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정동호(왼쪽)와 부산 박준강이 지난 6월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양팀 맞대결 도중 볼경합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겨야 산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올라갈 팀이 올라가고, 내려갈 팀이 내려가며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시즌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거둔 전북과 수원이 1~2위를 달리는 가운데 전남 서울 포항 성남 등 ‘투자하는 팀’이 6강 안에 들어 입지를 굳히고 있다. 어색한 팀도 분명 있다. 10위 울산과 11위 부산이 그렇다. 두 기업구단은 16일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에서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단두대 매치를 벌인다.

울산-부산 격돌이 더 화제를 불러모으는 이유는 한국축구 행정의 양대 산맥인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장이 이들을 소유하거나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승점 24로 10위인 울산은 권오갑 프로연맹 총재가 사장을 맡고 있다. 3년 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하고, 재작년 K리그 클래식에서 포항과 역사에 기록될 우승 레이스를 펼치다 준우승한 일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과거가 됐다. ‘김광국 단장-윤정환 감독 체제’로 올해 새출발한 뒤 초반 3승1무 이후 20경기 2승8무10패로 부진에 빠져 있다. 11위 부산의 구단주는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이다. 남자대표팀 동아시안컵 우승, 여자월드컵 16강 등과 맞물려 협회 및 대표팀은 분위기가 밝지만 부산은 그렇지 않다. 24경기 5승5무14패(승점20)로 꼴찌서 두 번째. 시즌 도중 윤성효 감독을 경질하고, 시즌 초에나 하던 선수단 전체 단체촬영을 ‘동아시안컵 브레이크’에 한 번 더 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으나 허사였다. 12일 전북전에선 자책골 등으로 자멸하고 또 졌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은 최하위인 12위가 다음 시즌 K리그 챌린지로 바로 강등된다. 24경기 1승에 그친 대전(승점8)이 자동 강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1위는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자와 생존을 위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울산과 부산의 간격은 4점. 울산이 16일 적지에서 부산을 잡게 되면 7점 차로 훌쩍 달아나며 한숨 돌리게 된다. 반대로 부산은 울산을 홈에서 꼭 잡아야 10위 희망을 살릴 수 있다. 울산은 12일 서울전에서 시즌 9호골을 쏜 김신욱 상승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부산은 주세종 이규성 김진규 등 젊은 미드필더들의 힘을 믿고 있다.

지난 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순위에 따르면 부산 모기업 현대산업개발은 자산규모 7조2480억원으로 33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축구계에선 “K리그 구단주라는 직함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직 역임(2011~2012년), 대한축구협회장 당선 및 유지에 ‘프리미엄’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구단보다 못한 부산 구단 예산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를 하고 있다. 참고로 올시즌 K리그 챌린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서울이랜드 모기업 이랜드그룹이 6조4000억원으로 36위다. 울산은 권오갑 총재를 떠나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오너. 모기업 현대중공업은 재계순위 6위(자산규모 58조 3950억원)다. 최근 모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울산 구단도 예전 같은 힘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 상황으론 둘 중 한 팀은 기업구단 최초 강등의 망신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누가 승리하든, 비기든 두 팀의 16일 격돌이 씁쓸한 단두대 매치가 되는 이유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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