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은수
여자를 울려 제공|MBC

[스포츠서울 김정란기자]MBC 주말극이 또 한 명의 ‘연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자를 울려’의 나은수(하희라 분) 이야기다.

MBC 주말 드라마 ‘여자를 울려’는 지난 9일 방송이 전국 시청률 24.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시청률 18.8%보다 무려 5.4%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경쟁극인 KBS2 ‘파랑새의 집’이 9일 시청률 27.5%로 종영했으니 3%포인트 정도의 차이로 뒤지긴 했지만, 가파른 시청률 상승을 보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여자를 울려’가 이렇듯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하희라가 맡은 나은수 캐릭터 덕이 크다. 나은수는 드라마 초반 젊은 시절 결혼식도 올리기 전 재벌가의 아이를 가진 채로 남편을 잃은 사연을 가진 우아한 미망인으로 보였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우아함 뒤에 감춰진 표독한 모습을 드러내며 시청자를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극중 시동생인 강진명(오대규)를 이용해 손아랫 동서인 홍란(이태란 분)을 약올리면서 자신의 아들인 강현서(천둥 분)를 재벌가 후계자로 만들려는 은수의 악행은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분노 지수를 한껏 올려놓았다. 9일 방송에서는 아들 현서가 사랑하는 효정(이다인 분)이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일터로 찾아가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방송된데다,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궁지에 몰린 은수의 입장이 방송돼 줄거리는 점점 은수를 둘러싼 이야기로 집중되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의 기둥 줄거리는 형사 출신 덕인(김정은)과 그의 아들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가진 강진우(송창의)의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이들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보다 나은수의 악행이 눈길을 끌고 있는 부분은 기시감이 있다. 시청자들은 선한 역할의 주인공보다 악녀 은수의 이야기가 더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보다 악역이 더 주목받았던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유리)을 떠올리고 있다. 이유리는 타이틀롤이었던 장보리(오연서)를 뛰어넘는 주목을 받으며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물론 광고까지 휩쓸기도 했다. 이 드라마도 선한 주인공인 김정은-송창의 커플보다 하희라의 악역 연기가 더욱 인기를 끌면서 또다시 ‘왔다 장보리’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고 있다.

MBC 주말극에서 계속되는 악역 배출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청자 이모(42) 씨는 “‘역대급 악역’이 몇 번째인가? 같은 방송국, 같은 시간대 드라마에서 계속해서 이런 악역이 나온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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