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서연 부상
여자축구대표팀 수비수 심서연이 1일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여자부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후반 부상당한 뒤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중앙수비수 심서연(26·이천 대교)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친 몸을 이끌고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지만 항공편마저 연착돼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 편치 않았다. 대표팀 동료들이 중국 우한에서 2015 동아시안컵 일본과 결전을 시작하던 때, 그는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위해 대기중이었다. “경기 초반은 봤어요. 전반이 끝날 때 쯤 팀이 0-1로 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어요. 검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1-1 동점이더라고요. (조)소현 언니가 골을 넣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심서연은 스마트폰으로 생중계 화면을 시청하면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은 들었지만 동료들이 그를 위해 어떤 깜짝 이벤트를 벌였는지 그 때까지 알지 못했다.

“팬들과 지인들에게서 자꾸 메시지가 오더라고요. 그거 봤냐고, 조소현이 골넣고 세리머니 한 거 봤냐고. 그래서 다시보기 영상을 찾아봤어요. 진짜 생각지도 못했는데….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뒤늦게 영상을 찾아보고 나서야 주장 조소현이 골을 넣은 후 동료들이 모여 자신의 유니폼을 들어올리며 함께 마음을 나눴다는 것을 알았다. 약속을 지켜줘서,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함께 있어줘서 동료들이 고마웠다. 눈물이 날 정도로. “경기 전에 동료들에게서 메시지가 여러개 왔어요. ‘서연이 몫까지 열심히 뛰겠다’, ‘널 위해서 꼭 이길게’ 이런 내용이었는데 나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줬고, 함께 뛴다는 마음도 보여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경기를 지켜보면서 심서연의 마음이 편할리는 없었다. 상대는 월드컵 우승까지 해본 강팀이지만 반드시 이겨야하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었다. 동료들의 뒤를 지켜줬어야 하는 중앙수비수, 중국전에서는 주장도 맡았던 그가 오히려 팀에 마음의 부담을 지운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됐다. “경기가 초반에는 잘 안풀렸잖아요. 도움이 됐어야 하는데 보면서 미안하더라고요. 같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기도 했고요.” 하지만 동료들은 심서연을 생각하며 더욱 힘을 냈다. 그가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리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오랜시간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경기 전에 문자메시지를 하나씩 보낸 것은 제가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을 거에요. 팀에서 제가 중요한 선수인지 잘 몰랐는데 어제 경기로 제가 동료들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어요. 소현 언니가 경기 후에 인터뷰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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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조소현이 4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여자부 2차전 일본전에서 동점포를 넣은 뒤 부상으로 이날 귀국한 심서연 유니폼을 들어올리며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경기장 안팎에서 오랜시간 봐온 사이들이다. 저변이 넓지 않은 만큼 대표팀 선수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생긴 현상이지만 그런 이유로 더욱 끈끈한 정이 쌓였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2015 캐나다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대회 내내 표현한 것도 여자대표팀의 남다른 유대감 때문이었다. “여자대표팀은 친선경기가 적잖아요. 보통 대회 직전 모여 힘들게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거든요. 힘들어도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고된 훈련을 버텨냈는데 대회에 못나가게 되면 서로 아파해요.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둔 동료들에 대한 마음도 애절했다.

마지막 경기는 8일 열리는 북한과 경기다. 우승 여부가 걸린 결승전이자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다. “북한이 워낙 강한 팀이라 쉽지는 않을 거에요.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경기력을 생각해보면 해볼만한 경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해서 걱정이에요. 어제 경기가 끝난 이후로 오늘 오전까지 동료들과 계속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동료들도 체력적인 부분을 걱정하는 것 같아요. 저는 ‘회복잘하라’고 응원하고 있어요.” 힘든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닌 만큼 걱정은 되지만 그렇다고 팀이 또다시 질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굉장히 아쉽게 졌잖아요. 그래서 더욱 집중하고 힘을 낼 것이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잘해낼 거에요.” 대표팀 동료들이 심서연과 함께 뛰고 있다고 생각하듯 심서연의 마음도 대표팀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나로 단단히 뭉친 그들의 마음이 10년 만의 동아시안컵 두 번째 우승으로 향하고 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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