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양현종 상대로 솔로홈런 뽑아낸 박병호, 고개 푹 양현종
[목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4일목동구장에서 KIA타이거즈와 넥센히어로즈의 후반기 첫번째 경기가 열렸다. 넥센 4번타자 박병호가 5회말 세번째 타석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좌월1점홈런을 뽑아낸 후 홈인 홈런인형을 받고 있다. <kanjo@sportsseoul.com>

[목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에이스 양현종이 자신의 한 경기 최다실점 타이 기록을 세우며 무너졌다. 에이스가 속절없이 무너져 KIA의 6연승 행진도 마침표를 찍었다.

양현종은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넥센과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8점을 내줬다. 자신의 역대 한 경기 최다인 홈런 4개를 허용하는 등 10안타로 뭇매를 맞았다. 심한 독감에 걸려 구장에 출근할 때부터 기침을 했지만,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핑계가 될 수 없다. 사구 한 개만 내줬을뿐 볼넷이 없었다는 점과 삼진 6개를 앗아낸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 경기 시작부터 계산이 흐트러지자 풀어낼 방법을 찾지 못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강조하는 ‘디테일’에서 완패했다.

[SS포토]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 앞에서 피칭하는 양현종, 긴장되네
[목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KIA 양현종이 초반 대량실점하며 흔들렸다. <kanjo@sportsseoul.com>

◇생애 최악의 투구 고개숙인 에이스

1회말 2사 후 유한준 박병호에게 연속 2루타를 허용하더니 김민성에게 던진 직구가 몸쪽으로 높게 형성돼 2점 홈런을 허용했다. 공이 높았기 때문에 단순한 실투로 여길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넥센 타선은 이미 ‘양현종을 상대로는 빠른 카운트에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고 설정하고 경기에 임했다. 톱타자 이택근이 1볼에서 들어온 2구째를 공략했고, 브래드 스나이더 역시 2구째에 반응을 했다. 유한준이 2구(직구) 박병호가 초구에 배트를 내밀었고, 김민성도 2구째 풀스윙 했다. 올해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양현종을 상대로, 더군다나 체인지업과 커브를 볼 카운트와 관계없이 스트라이크존에 꽂을 수 있는 투수를 상대로는 볼 카운트 싸움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KIA가 6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선취점이 필요했고, 투구수를 늘려 강판시키는 것보다 초반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확률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정한 것이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박헌도가 초구에 완벽한 스윙으로 홈런을 때려냈고, 5회 유한준과 박병호가 연속홈런을 폭발할 때에도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 2볼 이후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양현종이 한 경기에서 홈런 네 방을 허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설정해 놓은 계산이 KIA 배터리쪽에서 흐트러졌고, 결국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SS포토]메이저리그 스카우터 앞에서 엇갈린 하루 박병호와 양현종,
[목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넥센 4번타자 박병호가 3회말 3루도루를 시도했다 3루심이 태그아웃을 선언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넥센의 즉각적인 심판합의판정 요청으로 판정은 번복됐다. <kanjo@sportsseoul.com>

◇상대 노림수 간파못한 배터리 책임

포수의 경험이 드러난 경기이기도 했다. 이날 백용환이 양현종과 호흡을 맞췄는데, 넥센 타자들의 노림수를 일찍 간파했더라면 유인구 승부를 많이 했을 것이다. 양현종의 구위 자체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넥센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을만한 구종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터였다. 이날 5회까지 84개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존으로 56개가 들어갔다. 이 중 10개가 안타로 연결됐고, 10안타 중 4개가 담장 밖에 떨어졌다. 커브는 1회 단 한 개만 던졌고, 슬라이더(12개)보다 체인지업(28개)를 더 많이 던졌다.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였지만, 직구 평균 구속이 143㎞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볼배합에 아쉬움이 남는다. 볼이 되더라도 커브를 계속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나선 넥센 타자들을 유인할 필요가 있었다.

에이스여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포수가 뒷받침해야 한다. 백용환이 훌쩍 성장해 주전 포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 볼배합에 눈을 뜰만큼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 양현종이 서 있었기 때문에 경기 전 설정한 볼배합 계산을 완전히 바꾸기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넥센은 이미 KIA의 어린 포수들까지 계산에 넣고 공략해 들어왔다. 이날 경기는 에이스 한 명의 부진이 아닌, 디테일에서 완패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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