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첫 타석 홈런 강정호, \'정확하게 안 맞네\'
[스포츠서울] 피츠버그 강정호.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가 구단 역사에 이름을 올릴만 한 활약을 펼치며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을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4일(한국시간) 7월 한 달 간 최고의 활약을 펼친 내셔널리그 신인으로 강정호를 꼽았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피츠버그 전설의 외야수 폴 워너 이후 구단 루키 최소 성적을 거둔 대가다.

7월 한 달 동안 87타수 33안타 타율 0.379를 기록한 강정호는 출루율 0.443, 장타율 0.621로 1.064의 OPS를 기록했다. 3연속경기 홈런을 폭발했고, 2루타 8개, 3루타 2개를 때려냈다. 한 달 동안 13개의 장타를 생산해 낸 것이다. 이는 워너가 1926년 9월 14개의 엑스트라 베이스 히트(단타 이상 타구)를 만들어낸 이후 89년 만의 최다 기록이다. 이달의 신인으로 선정된 것이 ‘올해의 루키’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다. ESPN과 CBS스포츠 등 현지 언론이 앞다퉈 ‘강정호가 내셔널리그 신인왕 대열에 가세했다’고 보도하는 이유다.

◇아시아 타자 중 네 번째 쾌거, 신인왕 정조준

피츠버그 신인들 중 이달의 신인에 선정된 것은 2013년 9월 투수 게릿 콜 이후 처음이다. 야수로 범위를 좁히면 2010년 9월 페드로 알바레스 이후 5년 만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에는 2003년 4월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뛰던 최희섭 이후 두 번째 진기록이고, 아시안 야수 메이저리거로는 스즈키 이치로(2001년) 최희섭(2003년) 마쓰이 히테키(2003년) 이후 네 번째다. 투수로 범위를 확대하면 이시이 가즈히사(2002년) 오카지마 히데키(2007년) 다르빗슈 유(2012년) 등이 ‘이달의 신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의 신인에 선정되는 쾌거를 올린 강정호는 노모 히데오(1995년·LA다저스) 사사키 가즈히로(2000년·시애틀) 스즈키 이치로(2001년·시애틀) 등 단 세 명만 이름을 올린 아시아인 신인왕도 정조준하고 있다. ESPN 칼럼니스트 제리 클랜식은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강정호가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작 피더슨(LA 다저스)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등 전국구 스타들이 초반 레이스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슬럼프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 크리스 헤스턴(샌프란시스코)에 맷 더비(샌프란시스코) 강정호 등이 혼전 중’이라고 강조했다.

◇지인들이 분석한 폭발력 원인, 그리고 가능성

6월에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강정호가 7월 반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적응력’과 ‘기본’을 꼽았다.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대한 적응이 어느 정도 끝났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워낙 성실하고, 현대 시절부터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한 덕분에 자기만의 리듬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강정호에게 SNS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 염 감독은 “생활이나 야구, 대인관계 등 모든 면에서 기본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이 주목한 부분은 길어진 폴로스루. 공을 맞힌 이후 아크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비거리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맞히는 스윙이 아니라 자기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투수와 싸움에 계산이 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심재학 타격코치는 “앞 스윙이 커지려면 스윙 밸런스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 앞 스윙이 짧아지고, 중심이 뒤에 남아있으면 감아 돌리는 스윙을 한다”고 설명했다. 6월까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볼배합과 리듬에 적응하는 데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자신의 타격 리듬에 투수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타이밍이 좋아지다보니 밸런스도 잡혀 장타본능이 살아난 것이다.

신인왕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염 감독은 “신인 투수가 15승 정도 하면 아무래도 야수 입장에서는 밀리지 않겠느냐. 홈런을 더 많이치면 또 모른다”며 웃었다. 그는 “신인왕을 받으면 더 할 나위 없기 기쁘겠지만, 지금은 신인왕보다 이달의 신인을 한 번 더 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아지고, 시즌 막판에 강한 임팩트를 심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쉽지 않다’면서도 내심 강정호의 가치가 훨씬 더 높아지기를 바라는 염 감독의 복심이 담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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