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동아시안컵
2015 동아시안컵 남자부 2차전 일본전 출전을 대기하는 장신공격수 김신욱. 제공 | 대한축구협회

[우한(중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번엔 한일전 주인공을 꿈꾼다.’

‘진격의 거인’이 칼을 갈고 있다. 슈틸리케호의 장신공격수 김신욱이 자존심을 건 한·일전을 앞두고 “좋은 동기부여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골 차 완승한 2015 동아시안컵 중국과 첫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6분여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일본전을 앞두고 이틀간의 담금질 기간 김신욱은 공격의 중심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서 많은 양을 뛴 이정협을 대신해 김신욱을 선발 카드로 매만지고 있다. 최소한 경기 상황에 따라 중국전보다 더 많은 시간 중용할 뜻을 밝혔다. 더구나 북한과 첫 경기에서 역전패한 일본이 신체적으로 약점을 보여 제공권과 힘이 좋은 김신욱을 앞세워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다.

◇일본만 만나면 작아진 고공 폭격기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다. 중국전 짧은 출전 시간의 아쉬움도 있으나 역대 일본전에서 유독 약했던 기억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200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6년간 치른 A매치 30경기 중 일본을 상대한 건 4차례다. 그러나 한 번도 웃지 못했다. 4전 2무2패. 무승부 중 한 차례는 지난 2011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한 아픔이다. 당시 1-2로 뒤진 연장 종료 직전 황재원의 극적인 동점골의 도화선이 된 헤딩 패스를 기록했지만 결승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해 8월 삿포로 참사로 기억되는 0-3 패배 현장에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4차례 한일전에서 김신욱이 선발로 뛴 적도 없다. 지난 2010년 10월 친선경기에선 아예 벤치에 머물렀다. 2011년엔 아시안컵에서 연장 전반 교체로 들어가 14분여를 뛰었고, 삿포로 한일전에선 일찌감치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38분을 뛰었다. 가장 최근에 치른 한일전은 2년 전 홍명보 감독이 이끈 동아시안컵. 그러나 후반 종료 직전 고요한 대신 들어가 1분을 뛴 게 전부다. 일본전을 뛴 시간을 모두 합쳐도 53분여에 불과하다.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쓰린 기억만 간직하고 있다.

◇197㎝의 높이 조직적으로 활용하라

키 197㎝의 효용 가치는 확실하다. 일본 중앙 수비수인 주장 모리시게 마사토와 마키노 도모야키의 키는 각각 183㎝, 182㎝다. 수비진 최장신이다. 미즈모토 히로키와 니와 다이키 등 대체 요원도 비슷하다. 일본은 북한과 경기에서 초반 매끄러운 패스를 바탕으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높이에서 무너졌다. 김신욱과 키가 비슷한 북한의 박현일이 후반 교체로 들어오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현일은 헤딩골을 포함해 1골 1도움으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물론 박현일에게 당한 일본은 한국산 장신 김신욱을 대비해 시바사키 가쿠 등 수비형 미드필더서부터 철저히 틀어막는 조직적인 수비를 계획 중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 김민우 뿐 아니라 풀백 정동호 이주용 등을 활용해 다채로운 측면 플레이로 김신욱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우한 입성 직전 파주NFC에서 김신욱을 별도로 불러 문전으로 파고드는 동선에 대해 ‘특별 과외’한 효과도 볼 수 있을지 관심사다.

◇최선참으로 나서는 다섯 번째 한일전

김신욱은 “(한일전을)제대로 뛴 적 없어서”라고 웃으며 “아무래도 내가 어렸기 때문에 뛴다는 생각을 못 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들이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확실히 (다른 A매치와)다르다는 것을 느낀 기억이 있다. 비록 동아시안컵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는 아니나 우리는 하나가 돼 있고, 나부터 좋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일본전에서 누가 나갈지 모르지만, 출전하면 한 발 더 뛰어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아무래도 멀리서나마 바라본 일본 선수들은 확실히 상대 약점을 보고 기술적으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문전에서 강하게 나오는 한국 공격수에 약했다. 나 역시 좋은 크로스가 올라오고, 문전에서 움직이는 전술이 뒷받침하면 제대로 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전은 김신욱이 지난 4차례와 다르게 대표팀 필드 플레이어 최선참으로 이끄는 상황에서 맞닥뜨린다. 4전 5기 만에 일본 격파의 선봉장 구실을 할지 주목된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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