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병모기자]영어는 우리에게 숙명이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평생 공부시간의 몇할을 영어에 할애했을까? 만약 한국이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였다면? 국수주의자들이 화를 낼 가정이겠지만, 영어를 공부할 시간에 전공분야에 더 매진해 훨씬 나은 진전을 이뤄냈을 게 분명하다. 요즘 하도 중국어, 중국어 하다보니 마치 영어는 기본중의 기본인 것으로 치부되지만 불행히도 한국인은 여전히 영어를 못한다. 영어는 물론 외국어 학습에 왕도(Royal Road)라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영어 학도들은 열심히 학원문을 두드린다. 과연 학원에는 별난 게 있을까? 혼자서 할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한참 여름방학 성수기를 맞은 학원을 찾았다. YBM어학원 강남센터의 스타 TOEIC 강사인 김성범씨(리스닝)와 박정인씨(리딩)를 만나봤다. 두 강사는 지난 2006년부터 한팀이 되어 토익을 지도하고 있으니 벌써 10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강남센터로는 옮긴지 약 3개월 정도 됐다.

김성범 박정인
[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YBM어학원 토익강사 김성범(왼쪽)-박정인. upandup@sportsseoul.com

-두 강사는 어떻게 토익 강사가 됐나.

(김)강사라는 게 솔직히 말해서 존경을 받는 직업은 아니다. 강사가 된 경우는 대부분 두 부류다. 영어권 국가에서 오래 있다가 잠깐 아르바이트 식으로 들어왔다가 눌러앉는 경우가 있거나 회사 월급이 뻔하니 경제적 이유로 강사가 되는 경우일 것이다. 저의 경우는 둘 다에 해당한다. 대학(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국제학)을 나와 대학원과 박사까지 생각했지만 집안형편이 어려워졌다.

(박)30살까지 고시공부(이화여대 법대)를 했다. 직장도 잠시 다녀본 적이 있는데 고시공부한답시고 부모님께 손을 계속 벌리기 뭐해서 이길로 빠졌는데, 자유롭고 간섭이 없는 게 좋았다. 일한 만큼 성과도 나온다.

-두 분의 호흡이 10년이다.

(김)2001년 후반 YBM 신촌에서 강의를 시작했는데, 박정인씨도 조금 후에 합류했다. 그때는 따로 따로 강의를 했다. 한 사람이 리스닝과 리딩을 함께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한명이 두개를 모두 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우리가 먼저 한팀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학원가에서 호응이 좋으니 다른 강사들도 따라왔다. 신촌에서는 우리가 1타(최고라는 학원가 속어)였다. 60석 강의실이 좁아 2009년에는 100석짜리도 학원에서 만들어줬다. 100석씩 10개반을 운영했었다.

(박)또 한가지 우리가 먼저 시작한 것은 매니저와 조교를 두는 시스템이다. 2007년 최초로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강사 한명이 자료 배포와 수강생 관리를 하기 힘든데, 우리는 우리 돈을 들여 그런 일을 했다. 결석생에게도 자료를 챙겨주니 만족도가 높아졌다. 지금은 스타 강사라고 하면 다들 이렇게 한다. 수입요? 신촌 시절에 1년에 2억원을 찍은 적도 있다.

김성범
[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YBM어학원 토익강사 김성범. upandup@sportsseoul.com

-요즘 토익 공부 추세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원래 토익은 2달 정도 듣는 게 기본이다. 특히 방학때라고 하면 7~8월, 1~2월 그런 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학원이 많이 생기고, 단기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한달 완성이 대부분 목표다. 스피킹도 해야돼 학생들에게 시간이 많지도 않다. 그렇다보니 토익이란 오래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보편화되고 있어서 3주 완성 코스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짧게 공부를 하는 게 추세라는데,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예전보다 높아졌나.

(김)토익 점수가 높은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솔직히 학원에서는 잘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공부하려고 오는 것이 아닌가. 스파르타 식으로 강의를 하다보니 한달만에 600점대에서 900점대까지 오르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 조교 한명이 1년간 영국에 연수를 갔는데 영국인 교수가 “토익을 공부하려면 한국에 가라”라고 했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었다. 그만큼 한국의 토익 학습법은 정평이 나있는 것 같다.

-토익 등 영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박)리딩쪽으로 얘기하자면 일단 문법 기본서를 읽고 나서, 하루에 100개 단어를 외운다는 자세로 해야한다. 한달 기준으로 3000개 정도 외우는데, 그 정도면 토익에서는 충분히 통한다. 독해의 경우 유형별로 잘 정리된 책들이 있다. 예컨대 기사, 편지(이메일 포함), 공문 등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 하루에 6시간 정도 투자해서 꾸준히 하면 3주째 되면 독해에 대한 감이 잡힐 것이다.

(김)저는 좀 다른 쪽으로 얘기하고 싶다. 경제적인 이유로 혼자하는 것보다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도 많이 한다. 금전도 없고 시간도 없다. 그러다보니 학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에 비해 격차가 벌어진다. 학원비가 비싸도 출제경향, 제대로된 학습법, 나태해질 때의 자극 등 학원에서는 시간을 보상받을만한 여러 장치가 있다. 우리 강사만 하더라도 매월 토익 시험을 친다. 팽팽한 긴장감과 현장 분위기, 그리고 출제 경향 등을 알고 느끼기 위해서다. 2년전에 만점(990점)을 받은 사람들도 요즘의 출제 경향으로는 900점 정도 밖에 받지 못할 것이다. 파트 3~4의 경우 예시문 등이 매우 길어졌기 때문에 문장이 매우 빨리 읽혀진다. 또한 리스닝 시험의 파트 2의 경우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없으면 답하기 힘든 답변이 이뤄진다. 딱딱 떨어지는 답이 아니라, 판단을 해야 답을 구할 수 있다.

(매달 시험치는)우리 점수요? 우리는 대개 만점 아니면 980점 정도 나온다(박 강사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박정인
[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YBM어학원 토익강사 박정인. upandup@sportsseoul.com

-그래도 여윳돈이 없어 혼자 공부해야하는 학생들에게 권하는 학습법은.

(김)요즘 인터넷에는 공짜로 공개되는 자료, 오픈 소스들이 많다. YBM어학원만 하더라도 매월 적중특강을 무료로 공개한다. 허접한 자료가 아니다. 굉장히 도움이 되는 자료다. 문제는 꾸준함이다. 이렇게 오픈 소스들이 많아도 대개 1, 2강을 듣고 더이상 듣지 않는다. 끝까지 다 듣는 사람들은 5%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토익 출제패턴 등을 알기 위해서는 토익 기본서를 3번 정도는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처음에는 읽느라 급급할테지만, 두번째는 의문을 갖게 되고, 세번째는 단어들이 통합되며 스스로 해법을 찾게 된다.

리스닝의 경우 소리를 들을 때 소리인식(Sound Recognition)과 동시에 해독(Decoding)이 되어야 한다. 기초가 없을 경우 스크립트(대본)을 안보면 안된다. 반드시 읽어라. 무턱되고 안보면 시간 낭비다. 스크립트를 손가락으로 따라가면서 보다 보면 연음 등을 이해하면서 들리는 단어가 늘어난다. 상황별로 이같은 소리인식과 해독을 하다보면 실력이 는다.

(박)독해를 하면서 문법과 분리하지 말고, (영어)책을 많이 읽어 문장 내에서 문법을 만나야 한다. 신문을 본다던지 스토리가 있는 것을 읽는다던지, 한 아티클(기사)만 제대로 읽어도 도움이 된다. 제가 영어를 공부할 때 잡지 타임 한권을 들고가 하루 12시간을 읽는데 잘해야 기사 2개밖에 읽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한권을 그 시간에 다 읽게 된다. 외국어와 모국어의 학습은 확실히 다르다. 모국어의 경우 듣기, 말하기, 읽기 순으로 진행되지만, 외국어의 경우 읽기에 포인트가 있다. 단어와 문법이 거기에 다 녹아있다. 읽기가 먼저이고 듣기와 말하기가 최종이 되어야 한다.

조병모기자 bryan@sportsseoul.com

김성범 박정인
[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YBM어학원 토익강사 김성범-박정인. 2015. 7. 28. upandup@sportsseoul.com

영어 강사의 일주일은 어떻게 구성될까? YBM어학원 강남센터의 스타 TOEIC 강사인 김성범씨(리스닝)와 박정인씨(리딩)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살 정도로 분주하다.

김성범씨는 맞벌이인데 오전 6시에 일어난다. 과거 새벽반이 있을 때는 오전 4시30분에도 일어나는데 요즘엔 6시 기상이 일반적이다. 오전에 효율성이 높은 체질이라 오전 6시반부터 8시까지 전날 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한 뒤 9시까지 학원에 도착해 강의를 준비한다. 김씨는 “저는 항상 미리 와서 준비하지 않으면 일이 안되는 스타일이라 10시에 강의가 시작하는데 꼭 한시간 전에는 학원에 온다”고 말한다.

이후 오후 5시까지는 계속 강의다. 점심 식사도 거를 때가 많다. 오후 5시 이후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그때서야 식사를 할 때가 다반사인 이유다. 요즘엔 책을 쓰고 있어서 밤 시간에도 개인시간은 없는 편이다. 토요일에는 특강이 있어 나와 봐야 하고 일요일 하루 온전하게 휴식한다.

박정인씨는 더 준비하는 게 많다. 아무래도 독해 파트인 리딩 분야여서 그렇다. 6시반에 기상해 8시에 학원에 도착한다. 2시간 동안 준비할 게 많다. 강의전 2시간, 강의후 3시간의 자료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아무리 빨라야 퇴근이 8시 이후가 된다.

박씨는 “치열한 시장이다. 수강생이 몇명 안되면 상대적 박탈감도 클 것”이라며 “도태되지 않게 꾸준히 노력해야 살아남은 게 학원 강사의 세계다”라고 말한다.

학원 강사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선 두 강사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강의하는 입장에서는 영어수준이 높은 반이 재미있는데, 이들의 경우 이제는 수준이 낮은 반이 좋다고 한다. 수강생들의 순진무구한 눈빛을 보면 선생님에게 오롯이 의존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이런 수강생의 점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큰 보람이다. “우리의 존재감, 필요성이 쉬운 반에서는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김씨는 “수강생과의 관계에서 강의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진짜 중요하다. 이름을 외우고, 불러주고 하는 사소하지만, 어찌보면 중요한 부분인데 이런 부분으로 소통의 시작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며 “열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다음번 등록을 안하는 일도 생긴다.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학원 강사로 살아가는 장단점은 어떤 것일까. 김씨는 “장점은 위계질서가 뚜렷하지 않아 독립적이어서 마음이 편하다”면서 “단점은 학생이 너무 낳아도 힘들다.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여기에 반응이 별로 없는 반을 만나게 되면 힘이 배로 든다”고 토로한다.

박씨는 “반복하는 삶이다 보니 슬럼프가 오게 되는 일이 조금 힘들다”면서도 “자유롭게 학습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창의적인 면도 있다. 1시간 반짜리 강의로 안되면 3시간 짜리로 해보고, 잘되는 쪽으로 추진해보고, 그런 일들이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조병모기자 bry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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