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2R
박인비가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LPGA투어 사상 7번째, 동양인 최초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침묵의 암살자’ 박인비(27·KB금융)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2일(이하 현지시간)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파72·641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인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2개를 기록하는 맹타로 무려 7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2위를 기록한 고진영(21·넵스)를 3타차로 따돌리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시즌 4승째이며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5억2000만원)도 거머쥐었다.

이번 우승으로 박인비는 LPGA투어 사상 7번째, 동양인 최초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LPGA 투어의 5개 메이저 대회 가운데 4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것으로, 박인비는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 메이저 3연승(ANA 인스퍼레이션, 위민스 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을 거둬 마지막 1개의 메이저 우승컵만 남겨뒀었고 마침내 이번 우승으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LPGA 역사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루이스 석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스터(1999년), 캐리 웹(2001년), 애니카 소렌스탐(2003년) 등 6명 뿐이었다. 그 뒤를 이어 박인비가 7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국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도 만들어졌다. 박인비의 이날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20개 대회 가운데 12승을 기록해 역대 한 시즌 한국 국적 선수 최다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에는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이 최다였다.

최종 4라운드 경기는 박인비 왜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1위인 고진영(21·넵스)에 3타차 뒤진 공동 5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해 역전의 가능성이 그다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차근차근 한타씩 따라붙더니 마침내 전세를 뒤집고 우승컵을 낚아챘다.

박인비는 초반 2, 3번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렸지만 이어진 3, 4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제자리 걸음을 했다. 하지만 6번홀에서 파로 잠시 숨을 고른 뒤 무서운 추격전에 발동을 걸었다. 7~10홀까지 무려 4연속 버디를 올리며 순위를 한단계씩 끌어올리더니 14번홀(파5)에서 7m 이글퍼트에 성공하며 1위를 달리던 고진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기세가 오른 박인비는 16번 홀(파4)에서 한 타를 더 줄여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박인비의 무서운 추격에 10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선전하던 고진영도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13번홀에서 첫 보기를 범하며 공동선두를 허용하더니 16번홀에서 통한의 더블보기를 범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개울로 빠지면서 2타를 잃어 결국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 후 박인비는 “가장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에서 우승해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기쁘다. 대회전 프로암에 참가하지 못할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우승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승해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2,3번 홀 연달아 버디를 할 때는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았지만 4,5번 홀 연속 보기를 하고 나서는 ‘올해도 어려워 지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더니 이후 버디가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인비는 “에비앙 챔피언십을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지만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루려면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올해 남은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깝게 준우승한 고진영의 뒤를 이어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과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가 나란히 8언더파 280타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올해 한·미·일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최종합계 4오버파 292타, 공동 31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박인비는 7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위해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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