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LG 임훈
[사직=스포츠서울 최승섭기자] LG 유니폼을 입은 임훈이 지난달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롯데와 경기에서 내야 땅볼을 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더 잘해야 돼요. 보내준 팀도 원한 팀도 그래야 면이 서지 않겠어요?”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 둘이 같은 말을 했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문학에서 잠실로 각각 홈구장을 옮긴 SK 정의윤(29)과 LG 임훈(30) 얘기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좌완 투수 신재웅 진해수와 우완 기대주 여건욱 신동훈 등과 함께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SK로 둥지를 옮긴 신동훈은 수술 후 재활 중이라 내년에나 볼 수 있을 예정이고, LG 유니폼을 입은 여건욱은 퓨처스리그에서 투구 밸런스를 가다듬은 뒤 불펜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네 명은 1군에 곧바로 합류, 각각 사직 롯데전과 광주 KIA전을 소화했다.

눈길을 끈 것은 정의윤과 임훈의 ‘자리바꾸기’였다. 공교롭게도 정의윤은 지난 해까지 LG를 이끌던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KIA와, 임훈은 단 일주일 동안 잠깐 머물다 떠난 롯데와 이적 후 첫 정식 3연전을 치렀다. 팀 분위기 적응 등으로 사흘을 보낸 이들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지난달 31일 문학에서 친정팀과 조우했다. 트레이드된지 나흘 만이었다.

이날 만난 정의윤은 한결 밝은 표정으로 “감독님께서 무한 신뢰를 보내주고 계셔서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표정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던 그는 “책임감도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는 근성도 생긴다. 동료들도 따뜻하게 맞아줘 적응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에서는 마수걸이 홈런도 쳤다. 그는 “LG에서는 성적에 대한 부담도 강했고 (생각한 것만큼 성적이 안나)심리적으로 위축된 면도 있었다. 새출발하게 됐으니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고 근성으로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힘 줘 말했다.

[SS포토]SK 첫 경기 출전 정의윤, 8회초엔 적시타
[목동=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26일목동구장에서 SK와이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앞선 두경기는 우천 취소됐다. 8회초 정의윤이 안타로 타점까지 올린후 이닝을 마치고 교체되고 있다. kanjo@sportsseoul.com

테이블세터로 포진해 4연속경기 안타행진을 펼치고 있는 임훈은 “컨디션도 좋고 공도 잘보인다. 시즌들어 가장 좋은 몸상태가 아닌가 싶다. SK에서 나에게 뛸 기회를 주기 위해 벤치에 앉혀뒀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이명기 앤드류 브라운 조동화 박재상 등이 버티고 있는 SK 외야 라인에 차고 들어갈 공간이 없기도 했다. 시즌 타율은 0.225에 머물고 있지만,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 강한 어깨 등을 보유하고 있어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LG에 맞춤형 외야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상문 감독 역시 “임훈과 문선재 등이 외야에 포진해 있으면 수비범위나 송구 등이 한결 탄탄해지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둘은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친정팀에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는 매일 그라운드에 서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고 하는데, 뜻하지 않은 트레이드로 그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물론 둘이 더 열심히 해 주전자리를 꿰차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을 내려놓고 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 반색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선발로 출장하게 되면 다른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야 한다. 그 선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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