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넥센 박병호, 삼성전 1회부터 시즌 29호 홈런포 쾅!
[스포츠서울] 넥센 박병호가 홈런을 치기 직전 타격 모습이다. 이상적인 타격자세로 공이 날아오는 궤적과 배트가 도는 궤적이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까만 밤 하늘에 백구가 무지개 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관중들은 큰 함성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선을 공의 궤적에서 떼지 않는다. 사력을 다해 달려가던 외야수가 어깨를 늘어뜨리는 순간, 그라운드를 돌고 있던 타자들은 불끈 쥔 주먹을 하늘로 들어 올린다. 그 시그널을 기다렸다는 듯, 기립한 관중은 커다란 환호성과 함께 다이아몬드를 달리는 타자로 시선을 옮겨 그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한다.

이기고 있든, 뒤지고 있든, 홈런이 터져나오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항상 비슷한 풍경이 연출된다. 역전홈런이라면 함성소리나 타자의 세리머니가 조금 더 커지고, 끝내기 홈런이라면 극에 달한다.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홈런에 대한 오해가 하나 있다. 많은 야구팬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홈런을 치면 헛스윙을 한 것처럼 손 끝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는 얘기는,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홈런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팬들이 보면 실망하겠지만, ‘헛스윙을 한 것 같다’는 표현은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 과장이다. 날아오는 공이 회전하는 배트에 맞았는데, 손 끝에 감각이 전달되지 않을 수 없다. 알루미늄 배트로 홈런을 쳐도 ‘잘맞았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만큼, 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 손끝에서부터 먼저 전달돼 온다. 그래서 ‘손맛’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넥센 훈련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넥센 심재학 코치는 타격훈련 때 타자들이 인 앤드 아웃 스윙 궤적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히팅 포인트별로 영역을 표시 해 뒀다. 홈런을 치려면 4번으로 표시된 영역을 때려야한다. zzang@sportsseoul.com

넥센 심재학 타격 코치가 고안한 공과 배트가 만나는 최적점 이론에 따르면,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배트의 정중앙보다 약 1/3 정도 윗부분과 날아오는 공 중심의 아랫쪽 1/3 지점이 맞으면 홈런이 될 확률이 높다. 투수가 포심 패스트볼을 제대로 던지면, 당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겨치기 회전이 나온다. 공은 외야방면으로 회전하면서 홈플레이트로 날아가는데, 타자가 ‘홈런 포인트’에 정확히 맞히면 투수 입장에서 역회전이 걸려 되돌아온다. 공 중심에서 아래쪽으로 1/3 지점을 배트 중심에서 위쪽으로 1/3 지점으로 때렸으니 투수가 던진 것과 정확히 정반대 회전으로 외야쪽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탄도가 45도 정도 되면 비거리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타자 입장에서 정확한 중심이동과 공이 날아오는 속도와 회전력, 중력 가속도가 더해진 무게를 이겨낼 만큼의 배트 스피드와 손목힘이 가해져야 45도 각도로 날아갔을 때 홈런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 27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워싱턴 외야수 마이클 타일러나, 같은 날 같은 경기에서 피츠버그 2루수 닐 워커가 홈런을 친 장면은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타일러는 폴로스루가 끝까지 이뤄지지 않은 짧은 스윙이었지만, 맞는 순간 최적의 배트 스피드와 볼 스피드, 공과 배트가 만나는 각도가 절묘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홈런이 됐고, 워커는 전형적인 홈런 스윙으로 담장 밖까지 타구를 보냈다.

[SS포토]삼성 이승엽, 2회초 탈보트 상대로 2점 홈런
[대전=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홈런을 치는 타자들은 절대 ‘손 끝에 감각이 없었기 때문에 헛스윙을 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삼성 이승엽이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2점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upandup@sportsseoul.com

재미있는 점은 홈런을 쳐 본 사람들은 “홈런이 될 줄 몰랐다”는 말은 하지만 “헛스윙하는 것 같았다”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홈런을 치고 타구 방향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포수를 바라보며 배트에 공이 맞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타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손 끝에 전달되는 감각이 없다는 말은 그래서 ‘극적 과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손 끝에 전달되는 감각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일까. 나무배트를 쓰는 프로선수들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그만큼 잘 맞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해보자. 배트 중심과 공 중심에 정확히 공이 맞으면, 배트의 회전력과 공이 날아오는 속도에 더해진 중력 가속도와 공의 무게 등이 정면 충돌하는 셈이다. 손목을 넘어 팔꿈치, 어깨까지 그 통증이 오롯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홈런 타구는 배트 중심에서 위로 1/3, 공 중심에서 아래로 1/3(공은 홈플레이트에서 투수 방향으로 회전(직구 기준)한다)지점에서 만난다. 중력이 작용하는 반대쪽(회전력 때문에)에서 공과 배트가 만나기 때문에 배트를 쥐고 있는 손 끝에 전달되는 힘이 최소화된다는 의미다.

날씨 좋은 날 그라운드에서 프리배팅이라도 한 번 해보자. 홈런이 아니더라도, 잘 맞은 타구를 하나만 만들어내도 그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물론, 100번에 한 번 만들까 말까할 정도로 힘들겠지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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