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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배수정.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2’ 준우승자인 가수 배수정은 지난 26일 저녁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이날 MBC ‘일밤-복면가왕’에 ‘달콤살벌 아이스크림’으로 나서 주얼리의 ‘슈퍼스타’를 부른 직후부터였다. 비록 가사를 잊어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3년여 만에 대중에게 인사하는 복귀 무대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복면가왕’이 끝난 뒤 수십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어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냥 어리둥절했어요. 기분이 좋긴 한데 신기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실시간이 아니라 꾸준히 검색되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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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배수정.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런던올림픽 개막전 ‘실시간 검색어 1위’, 싱어송라이터 결심에 영향

사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처음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1위에 오른 건 3년전. 방송인 김성주와 함께 2012런던올림픽 개막식 생중계를 하던 도중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한 날 하루종일 그의 이름이 포털사이트에 올랐다.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주를 이뤘다. 영국 태생과 국적에 뛰어난 학벌(런던 정경대), 단아한 외모, 회계사라는 탄탄한 직업으로 ‘위탄2’에서 만들어진 ‘엄친딸’ 이미지마저 통째로 날아갈 뻔한 악재였다.

“국적이 예민한 문제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제 말이 틀린 부분은 없었지만 정서상 그런 얘기를 하면 안된다는 것도 숙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어에 서툴고, 생방송이라 긴장한 탓에 방송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말한 뒤 ‘아차’ 싶긴 했지만 그 정도까지 커질 줄 몰랐어요.” 방송을 마친 직후 배수정은 담당 PD에게 며칠 동안 인터넷 댓글을 보지 말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가 올림픽 기간 중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런던 관광 관련 프로그램은 그의 발언 후폭풍으로 방영 자체가 취소됐다.

배수정은 자신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지 며칠 뒤 한 아이돌그룹이 멤버간 불화로 1위 자리를 빼앗아가는 걸 보며 ‘원래 이런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부터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긴 했지만 그 사건 이후 그는 ‘연예인’보다는 ‘가수’, ‘음악인’이 돼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저는 한국말도 유창하지 못하고, 영어로도 원래 농담을 많이 하거나 웃기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올림픽 개막전 말실수 이후 가수가 아닌 다른 역할은 방송에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됐어요. 제가 나갈 길은 음악인 뿐이더라고요.”

그는 ‘위탄2’를 마친 뒤 1년간 영국에서 회계사 자격증을 따는 과정을 거치면서 현지에서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2013년 4월 귀국한 뒤 2년 간 가수 데뷔를 준비하며 여러 소속사와 미팅했지만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싶다”는 그의’계획을 지지해주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외국계 레스토랑에서 회계 업무도 도와줬어요. 그러다가 작곡가 그룹 아이코닉사운즈 측에 데모를 들려줬고 운좋게 합류하게 됐어요.” 그는 에릭남의 ‘녹여줘’, 김보경 ‘메모리즈’, 디아크 ‘빛’, 씨스타 ‘굿타임’ 등의 작업에 참여하며 가수와 작사·작곡가를 병행하고 있다.

“‘위대한 탄생’ 이후 바로 나왔으면 조금 빨랐을 테고 덜 잊혀졌겠지만 가수 뿐만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가수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거든요.‘위탄’ 준우승부터 데뷔까지 걸린 3년 4개월이 제겐 너무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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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배수정.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3년여 만의 ‘실시간 검색어 1위’, 돌고 돌아 다시 ‘위탄2’의 그 장소로 귀환

‘복면가왕’에 출연한 직후 배수정은 “꿈의 고향에 돌아온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복면가왕’을 촬영한 스튜디오는 3년 4개월전 배수정이 ‘위탄2’를 촬영하며 긴 시간을 보낸 그 장소였다. ‘복면가왕’ 대기실도 ‘위탄2’ 때 썼던 기억이 있는 방이었다. 심지어 ‘복면가왕’ 몇몇 스태프의 얼굴마저 친숙했다. 게다가 ‘복면가왕’ MC는 김성주다. 3년전 런던올림픽 개막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성주는 배수정이 3년 주기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장면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 됐다. “‘위탄2’를 찍었던 그 장소로 돌아오니 기분이 묘했어요. 예전 기억도 많이 나고, 함께 톱12에 올랐던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엄친딸’로 이름과 얼굴을 알렸지만 결코 탄탄대로 만은 아니었던 길을 걸어온 배수정은 최근 3년 4개월 만에 데뷔곡 ‘사랑할거예요’를 발표했다. 그만의 솔풀한 감성과 꾸미지 않은 느낌이 살아있는 R&B 발라드곡이다. 그는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회계사에 대한 거예요. 그런데 저는 앞으로도 회계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가수, 음악인으로 활동하고 싶거든요. 꾸준히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가수, 음악인이 될 게요.”

이지석기자 h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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