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2012 런던올림픽 북한과의 단체전에서 멋진 파워 드라이브를 날리고 있는 유승민.(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2-08-03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 꿈을 버리면 후회의 싹이 돋아나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감옥에 갇힌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기로 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3) 삼성생명 코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힘찬 도전장을 던졌다. 가슴 한켠에 몰래 키워왔던 꿈,먼저 출사표를 던진 동료 선수들이 있다고 해서 슬쩍 접었다간 후회가 물밀 듯 밀려 올 게 뻔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오랫동안 키워왔던 그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은 성패의 여부를 떠나 아름답다.

유승민은 2000시드니올림픽부터 2012런던올림픽까지 올림픽 4회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을 비롯해 2012런던대회 남자단체 은메달 2008베이징대회 남자단체 동메달 등 올림픽무대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목에 걸어보며 한국 탁구의 간판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2004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이면타법의 달인’ 왕하오(중국)를 4-2로 꺾고 금메달을 따낸 장면은 한국 올림픽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했다.

지난해 현역에서 물러난 그는 곧바로 삼성생명 여자탁구팀과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로 변신해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 크로아티아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귀화소녀’ 최효주(17·삼성생명)도 사실상 유 코치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유승민은 “스포츠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위대한 가치가 내재돼 있다”면서 “스포츠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그리고 정정당당하게 바꾸고 싶어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게 됐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유승민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했다. IOC 선수위원은 ‘직전 올림픽과 당해 올림픽에 출전한 자’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고 지난해 은퇴한 유 코치로선 이번이 IOC 선수위원 도전의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선출된 문대성(39) IOC 선수위원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8년 임기를 마치게 된다. 문 위원의 임기 동안에는 한국의 IOC 선수 위원 도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NOC(국가올림픽위원회) 당 한명의 IOC 선수위원만 보유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그러나 문 위원이 2016리우올림픽을 끝으로 임기가 다해 ‘포스트 문대성’을 향한 치열한 내부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32)을 비롯해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쓴 사격의 ‘권총 황제’ 진종오(36)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유승민의 장점은 IOC 선수위원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국제적인 감각과 경험이다. 유 코치는 18세 때인 지난 2000년부터 무려 5개국 리그에서 활약한 한국 탁구의 대표적인 국제통이다. 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크로아티아,중국 등 무려 5개국 리그를 10년간 뛰며 국제감각을 키웠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지금도 국내선수들의 투어대회 예약과 매니지먼트 등을 도맡아 할 정도다. 유승민은 “행정가 경험은 없지만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강화하고,스포츠 변방에 관심을 갖는 IOC 선수 위원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유승민은 일단 치열한 국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31일까지 각 경기단체로부터 후보자 접수를 받은 뒤 다음달 중순 선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체육회는 선수위원회가 추천한 복수의 후보자 중 최종 선수위원 후보를 8월 중순까지 선정해 IOC에 접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새로운 도전이다. IOC 선수위원이라는 타깃을 응시하고 있는 유승민의 눈빛이 불타오르고 있다. 11년 전,왕하오를 꺾었을 때의 그 눈빛 그대로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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