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KBL트라이아웃,
20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데저트 오아시스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프로농구연맹(KBL) 2015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및 드래프트’에서 도미니크 서튼(오른쪽)이 제스퍼 존슨을 제치고 리바운드를 따내고 있다.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튼은 지명을 받은 뒤 계약을 포기해 아쉬움을 남겼다. 라스베이거스(미국)=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지켜봐달라.”

KBL 김영기 총재는 지난 22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2015 KBL 외국선수 드래프트를 앞두고 이번 시즌 단신(?)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반복했다. 프로농구 출범 당시 KBL을 이끌었던 그는 다시 KBL 총재로 부임한 뒤 이번 시즌 외국선수 중 1명을 반드시 193㎝ 이하의 선수로 뽑아야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프로농구 초창기처럼 테크니션인 단신 선수들의 활약으로 농구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다.

사실 새 규정을 만든 뒤 걱정의 목소리도 컸다. 대부분의 팀들이 193㎝에 최대한 가까운 언더사이즈 빅맨을 뽑을 것으로 보였다. 1~3라운드까지 종전 2명의 외국선수 보유 1명 출전으로 유지되고, 4~6라운드만 2,3쿼터 2명의 외국선수를 동시 투입할 수 있는 규정 하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려면 골밑 안정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KBL이 규정까지 바꾼 취지와 엇갈리게 된다. 그래서 193㎝가 아닌 190㎝까지 작은 선수의 기준을 낮춰야 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결과 트라이아웃 전까지 대부분 팀들도 언더사이즈 빅맨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언더사이즈 빅맨 중 도미니크 서튼(192.1㎝·모비스 2라운드 1번 지명 후 계약 거부)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그 결과 각 팀들이 기술자들에게로 눈을 돌렸고, 공격력과 기술력을 갖춘 선수들이 대거 지명을 받았다. KCC는 1라운드 5순위로 안드레 에밋(191㎝)을 지명했다. 2라운드에서도 동부가 디콰비스 터커(190.3㎝), 오리온스가 조 잭슨(180.2㎝), kt가 마커스 블레이클리(192.5㎝), 삼성이 론 하워드(188.5㎝), 전자랜드가 알파 반구라(191㎝), SK가 드워릭 스펜서(187.2㎝) 등을 뽑았다. 다들 골밑 플레이보다 돌파나 외곽 공격에 능한 스타일이다. 2라운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단신 선수를 지명한 삼성 이상민 감독은 “2라운드에서 우리 앞에 지명한 팀들 대부분 언더사이즈 빅맨을 뽑지 않더라. 나 역시 남아있는 선수 중 (스몰포워드)문태영과 최대한 겹치지 않는 스타일의 작은 선수로 론을 택했다”고 지명배경을 밝혔다.

에밋
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팜스호텔에서 열린 ‘2015 KBL 드래프트’에서 전주KCC의 추승균 감독(왼쪽)이 1라운드 5순위에 지명된 안드레 에밋에게 유니폼을 입혀주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사진공동취재단

작은 선수 중 가장 먼저 지명된 에밋은 필리핀에서 경기당 평균 32.6점을 기록했고, 2014~2015시즌 D리그에서도 평균 22.6점의 득점력을 과시했다. 블레이클리도 지난해 필리핀에서 평균 21.9점을 기록했다. 에밋과 블레이클리를 보기 위해 드래프트 전 다수의 팀 관계자가 필리핀을 다녀왔다. KCC 추승균 감독도 “에밋을 보기 위해 필리핀에 다녀왔었고, 일찌감치 에밋으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터커는 트라이아웃에서 발군의 득점력을 과시했고, 잭슨은 외국선수 포인트가드로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KBL 입장에선 걱정과 달리,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언더사이즈 빅맨들의 기량 미달로 득점력을 갖춘 작은 선수들이 대거 KBL로 유입됐다. KBL의 의도대로 된 셈이다. 김 총재는 “프로 초창기 때 화려한 농구를 한 선수들 덕분에 농구가 재미있었다. 득점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면, 다시 재미있는 농구가 가능할 것이다. 다들 걱정하고 있지만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KBL은 기술자들의 ‘쇼타임(Show Time)’을 기대하고 있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 일단 1~3라운드까진 외국선수 2명 중 1명만 뛰게 된다. 작은 선수들 대부분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받지 못할 수 있다. 3라운드까지의 활용도가 관건이다. 수비를 중시하는 한국 농구에서 득점포가 터질지도 지켜봐야한다. 게다가 화려함을 추구하는 선수들 대부분 개인 기록을 중시하는 편이어서 팀플레이의 완성도를 저해할 수도 있다. 한 감독은 “(쓸만한)언더사이즈 빅맨이 적었고, 외곽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작은 선수들이 많이 뽑혔다. 하지만 수비를 중시하는 한국 농구에 적응하기 쉽지 않고, 대부분 공 소유욕, 득점 욕구가 강한 선수들이다. 어디까지나 용병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록을 중시한다. 팀플레이를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이런 부분을 얼마나 컨트롤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텃밭은 마련됐고 주위에서 극구 만류하던 씨도 뿌렸다. 하지만 씨만 뿌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탐스런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선 빈틈없는 관리뿐 아니라 돌발 악재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대응도 중요하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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