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730932
난자완스는 한국의 떡갈비나 미국의 햄버그스테이크 처럼 다진 고기를 되뭉쳐서 만든 요리다.

[스포츠서울]가축이나 가금류의 고기를 그대로 먹거나, 굽거나 삶는 것이 인류 최초의 ‘육식법(육도락)’이라면, 고기를 다져서 다시 뭉쳐 모양을 내고 이를 굽거나 삶아서 먹는 것은 한층 진일보한 육도락의 방법이다.

고기를 뭉쳐서 만든 고기요리는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흔히 먹는 햄버그 스테이크다. 다진 고기를 뭉쳐서 ‘패티’를 만들어 그릴이나 번철에 구워먹는다. 한식에는 떡갈비가 있다. 특히 한국인이 선호하는 갈비 부위를 다진 다음 다시 동그랗게 떡 모양으로 만들어 구워먹는 것이 떡갈비다.

P1730932
영등포 송죽장 난자완스.

이와 비슷한 요리들이 또 있지만, 흔히 접하기로는 바로 중국 음식점의 ‘난자완스’요리다. 이 요리에 쓰이는 완자는 떡갈비나 햄버그 스테이크를 매우 닮았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다져 완자를 만든 뒤 청경채와 죽순 등 채소와 전분, 굴소스 등을 넣고 졸인 요리다. 지금은 난자완스를 취급하지 않는 곳도 많지만 예전에 ‘청요리’집을 가면 으레 난자완스 메뉴를 발견할 수 있다.

원래는 난젠완쯔(南煎丸子)가 맞다. 광둥 등 중국의 남부 지방에서 즐겨먹던 요리라 해서 이름에 남(南)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요리과정은 다른 다진고기 요리와 비슷하다.

고기를 다지고 소금과 후추, 계란 등으로 밑간을 한 뒤 넓적한 환자(丸子) 형태로 빚어 튀겨놓는다. 센 불에 채소를 볶다가 굴소스를 넣고 여기다 완자를 투입한 후 조리면 완성이다.

서울 영등포 송죽장은 화상(華商)이 하는 집이다. 이 지역에는 대문점 등 화상이 하는 중국집이 많다. 영등포 역 타임스퀘어(신세계백화점) 맞은 편에서 지역 입맛을 사로잡아 온 곳이다. 여느 화상 청요릿집과는 달리 매콤한 음식을 잘해 ‘고추짬뽕’, ‘고추쟁반자장’으로 소문난 집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다른 요리도 맛있게 잘해 인근 사업주들의 저녁 술자리로도 그득그득 찬다. 난자완스는 송죽장의 주요 요리 메뉴 중 하나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양도 넉넉해서 술안주나 식사대용으로 아주 좋다. 주문하면서 맥주 한잔을 맛보고 있으려니 김을 모락모락 풍기는 커다란 접시가 날아왔다.

척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손이 많이 가 ‘요리’라 부르기에 주저함이 생기지 않는다. 걸죽한 소스를 덮어쓰고 뜨거운 온기를 유지하는 가운데, 죽순과 버섯, 청경채 등 다양한 채소가 그 안에서 여전히 아삭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환자는 부드럽다. 소스가 한층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고추기름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뜨거운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지며 굴소스의 진한 풍미를 남기고 사라진다.

채소와 함께 먹으니 더욱 좋다. 아삭한 채소에 부드러운 고기, 이 두 재료를 감싸는 고소하고 진한 소스. 중국요리의 여러가지 장점을 한 접시에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는 느낌이다. 중식 고기요리로서 이만한 메뉴를 찾기도 힘들다. 햄버거의 여러 재료를 흩뜨려 놓으면 난자완스가 되는 듯하지만 특유의 불조절이 각 재료에 골고루 녹아들었다.

고기를 그대로 구워먹는 것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입맛에도, 중국 요리 특유의 화려함을 대번에 느낄 수 있는 메뉴가 바로 난자완스다.

<육도락가·계경순대국 대표>
P1730932
송죽장 난자완스는 아삭한 채소와 부드러운 고기가 함께 어우러져 화려한 풍미를 낸다.
★송죽장(松竹莊)=영등포 역전을 65년 동안 지키고 선 전통의 중화요리 맛집.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매운맛 중국음식으로 유명하다. 고추쟁반자장면(1만1000원), 고추짬뽕(7000원)에는 청양고추를 써 얼큰한 맛을 낸다. 난자완스는 2만5000원을 받는데 서너명이 요리로 즐기기에 충분하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21(02)2631-9184.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