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화이트 스트랩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애플워치가 지난달 26일 한국에 상륙했다.

애플 제품이 나오면 언제나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국내 이용자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출시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몇 곳을 둘러봤다. 제품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제품이 판매돼 품절 상태였고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크기의 38㎜ 제품만 남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애플워치 42㎜ 스포츠 모델을 구했다. 애플워치 가운데 그나마 가장 저렴한 모델(소비자가 49만 9000원)이다. 남성들이 쓰는 42㎜ 스테인리스 스틸 애플워치의 경우 최하 가격이 73만 9000원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인대도 불구하고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이니 애플 제품에 대한 애플빠들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애플워치가 국내 출시된 지도 한 달이 됐다. 한 달여를 써봤지만 이번만큼은 여느 제품에 비해 리뷰를 하기가 쉽지 않다.

웨어러블 기기로서는 첫 리뷰라는 개인적 한계도 있지만, 스마트폰 보다 한층 개인적인 취향이 중요한 제품이고 개인에 따라 사용 용도가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리뷰를 쓴다는 것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갖가지 생각 끝에 결국 스포츠 라인업에 어울리게 스포츠를 즐기는 이용자 관점에서 애플워치를 바라봤다.

◇디지털 기기일까? 패션 아이템일까?

애플이 내놓은 모든 제품은 디자인부터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애플의 개인화 기기로 처음 접한 것이 아이팟터치다. 그리고 아이폰4와 아이패드, 아이폰5와 아이폰6까지 애플의 그것들은 디자인만으로도 가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애플워치의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제거하고 손목에 차니 ‘역시 애플!’이라는 느낌이 전해진다.

애플워치가 단순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개인의 패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변화하는 기기다. 디자인은 패션아이템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애플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단순함이 애플워치에도 투영됐다. 전체적으로 버튼 이외에 각진 면을 찾을 수 없다. 애플워치의 디스플레이도 아이폰6의 디자인이 적용돼 디스플레이 글래스 가장자리가 곡면으로 처리됐다. 알루미늄 본체와 부드럽게 선이 이어지고 있다. 볼록한 글래스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더욱 눈에 가깝고 선명하게 보인다.

스포츠 모델의 산화피막 알루미늄 그레이 색감과 이온-X 글래스 디스플레이의 검은색감, 스트랩의 흰색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참고로 애플워치 기본형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이며 디스플레이는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돼 있어 긁힘에 더 견고하다. 하지만 애플워치는 말 그대로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인지라 스포츠 모델도 한 달여 사용했지만 거의 긁힘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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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애플워치를 찾기 위해 매장에 들어가 처음으로 실물을 접했을때는 지금까지 애플이 하나의 라인업에 이렇게 다양한 구성의 제품들을 내놓은 적이 있었느냐는 생각이 든다. 애플워치는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42㎜ 모델, 여성들이 사용하는 38㎜ 모델로 나뉜다. 재질별로는 알루미늄 재질과 스테인리스 재질, 18K 골드 등 3가지 재질이 있다. 이 안에서만 총 6가지 모델이 나온다. 여기에 시곗줄에 해당하는 스트랩이 다양하다. 애플이 내놓은 스트랩은 스포츠밴드(7종), 밀레니즈 루프, 클래식 버클, 가죽 루프(4종), 모던 버클(4종), 링크 브레이슬릿 등 총 17개로 모든 조합을 한다면 총 102가지 조합이 만들어진다.

애플은 스트랩을 편하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애플워치 뒷면 버튼만 누르면 손쉽게 스트랩을 탈부착이 가능하다. 향후 애플이 내놓은 스트랩 이외에 서드파티에서 향후 다양한 스트랩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애플워치의 조합은 거의 무한대에 이른다. 초기 시계화면도 다양성을 반영했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10가지 초기 화면이 제공한다. 향후 다양한 디자인의 초기 시계화면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 10가지 초기화면도 개인별로 초침 등의 색깔을 조정할 수 있고, 날짜나 스케줄과 같은 각종 정보 박스를 사용자가 조정할 수 있어 수백 수천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이 때문일까? 최근 국내외 패션지에서 애플워치를 조명하면서 애플워치가 IT기기의 위상을 뛰어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단순히 인간 삶의 편리함만을 제공하는 기기가 아니라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특성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주요 아이템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평이다.

애플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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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다양한 기능이 있고 배터리도 내장해야 하는 기기의 특성상 두께가 조금 두껍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곡선으로 디자인돼 그리 두껍게 보이지 않지만, 실제 착용을 했을 때 애플워치 뒷면도 둥글게 디지인 돼 있어 조금 더 두께감이 더해진다.

뒷면이 둥글게 디자인된 것은 심박 측정기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애플워치가 손목에 ‘착~’ 달라붙는 느낌보다는 조금 붕 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요즘같이 덥고 땀이 많은 계절에는 헐거운 공간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딱 맞는 착용감을 중시하는 이용자라면 조금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주만 착용하다 보면 이게 애플워치의 착용감이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 운동하때는 아이폰은 잠시 안녕!

애플워치는 스포츠를 즐기는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아이폰과의 잠시 이별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용한 기기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손에서 혹은 주머니에서 때놓지 못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매일같이 운동하는 스포츠 마니아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최근 스마트폰은 음악 청취기능과 함께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가볍게 걷거나 조깅 혹은 자전거를 타면서 혹은 러닝머신을 뛰면서도 스마트폰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애플워치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단번에 날려준다. 아이폰을 들고 있지 않아도 아이폰에 옆에 있듯이 언제나 나의 운동량을 끊임없이 체크해준다. 잠시 아이폰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거나 아니면 아예 집에 두고 왔더라도 애플워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기본 내장된 운동 앱까지 활용한다면 내가 얼마나 많은 운동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운동 앱에서 실외걷기, 실내 달리기, 실내 사이클링, 실외 달리기, 실내 걷기 등의 항목을 선택해 운동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목표를 세웠다면 거리나 시간, 칼로리양 별로 목표치를 정해 놓고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운동 중간에 전혀 불쾌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손등에 살짝 노크하는 듯한 부드러운 햅틱 신호와 함께 들릴 듯 안 들릴 듯한 효과음이 나온다. 이제 50% 목표를 달성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이뿐이 아니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일어나라고 손목에 살짝 신호를 준다. 1시간동안 의자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니 일어나서 잠시 걷거나 기지개를 켜라는 명령(?)이다. 앞서 출시된 해외에서는 이 기능을 귀찮아하는 이용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운동량이 부족한 사무실 근무자에게는 건강을 지켜주는 즐거운 신호가 될 듯하다.

그러면 애플워치의 운동량 측정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 호기심에 실내 러닝머신이 보여주는 측정치와 애플워치의 측정치를 비교해봤다. 2㎞ 러닝을 해보니 300m 정도의 오차가 있다. 아무래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 뛰기를 하는 형태여서 그런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실외로 나가봤다. 더운 날씨에 너무 오래달리기가 힘들어 아파트 주변을 뛰고 나서 지도 앱으로 거리를 비교했다. 이번에는 거의 근사치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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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실외 달리기 테스트1

운동이 끝나면 친절하게 거리는 얼마를 달렸으며 달린 시간과 평균속도, 평균 심박수, 소모된 칼로리양을 알려준다. 하루하루의 데이터에는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수치들이 모여 경향성을 파악하면 내 건강의 흐름과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애플워치는 저장공간 2GB 정도의 저장공간을 가지고 있어 아이폰속 음악을 동기화시킬 수 있다. 외부에 나가 운동을 할 때도 애플워치와 블루투스 헤드셋이 결합하면 아이폰 없이도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애플워치의 아쉬운 점은 자체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되는 통신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폰과 통신 연결이 끊어지면 데이터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운동이나 기타 활동으로 얻어진 데이터는 아이폰과 연동이 됐을 때 바로 전달돼 저장된다. 이 때문에 자체적인 통신 기능이 없더라도 잠시 아이폰과 이별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애플워치 사용 초반에는 아이폰과 함께 동행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애플워치에 자체 GPS가 없다. 이 때문에 사용 초반 아이폰의 GPS를 활용해 정확한 데이터를 측정해 거리나 운동량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애플워치는 다양한 운동 앱과 연동돼 나의 운동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내장된 애플 앱인 ‘활동’으로도 나의 하루 운동량을 상당부분 측정할 수 있다. 아이폰의 기본 앱인 ‘건강’이 걷기와 계단 오르기 정도를 측정해줬다면 이보다 훨씬 정교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움직인 정도와 하루에 얼마나 의자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하루 어느 정도의 열량을 소모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애플워치에는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능도 있다. 애플워치에서 측정된 심박수는 어떻게 쓰이나를 봤더니 아이폰의 건강 앱 내에 ‘건강데이터’속 ‘활력 징후’에 심박수가 분 단위보다도 더 촘촘하게 저장되고 있었다. 심박수를 보면서 언제 얼마나 내가 운동을 했는지 대략 짐작할 수도 있다.

이렇듯 애플워치는 아이폰이 잠시 내게서 떨어져 있어도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체크하며 나의 운동량과 활동량 등을 측정해준다. 운동을 즐길 때는 이제 잠시 아이폰과 이별을 선언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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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 애플워치

애플워치 기본적으로 아이폰과 결합해 아이폰으로 전달되는 다양한 신호와 정보를 신속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화기능에서부터 메시지, SNS, e메일, 스케줄러 등 아이폰에 담긴 다양한 정보가 왔다는 것을 즉시 알려준다. 알림은 아이폰이 켜져 있을 경우 울리지 않는다.

혹시 대화면의 아이폰6 플러스를 사용한다거나 이동 중 아이폰을 꺼내 들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스마트폰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누군가가 문자로 급한 답을 원한다면 애플워치의 문자 앱을 통해 답할 수 있다. 애플워치에 무슨 타이핑이냐고 물을 수 있는데 타이핑을 치는 것이 아니라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한 것이다. 생각보다 음성인식이 정확하다. 물론 통화도 가능하다. 애플워치에 자체 스피커와 마이크가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서드파티에서 다양한 애플워치용 앱을 내놓으면 아이폰의 화면을 보지 않고서도 대부분의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워치는 손목에 착용 됐는지 안됐는지도 자체적으로 확인한다. 손목에 착용한 후 비밀번호를 누르면 애플워치의 잠김이 풀린다. 작은 화면에 번호를 누르기가 귀찮다면 아이폰의 잠금을 풀면 된다. 아이폰의 잠금이 풀리면 애플워치도 자동으로 잠김이 풀린다. 단 통신을 위한 잠깐(?)의 시간이 필요하다.

애플워치를 쓰면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평소에는 워치가 꺼져 있다가 시계를 보려고 손목을 올리면 바로 시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손목을 그저 흔든다든지 무심결에 손을 올린다고 워치는 켜지지 않는다. 손목의 각도와 손을 올리는 속도 등을 결합해 이용자가 애플워치를 이용하려는 구나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애플워치의 배터리 사용 시간에 대한 논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루는 물론 혹시 타이핑 작업을 한다거나 거친 일을 해야 해 애플워치를 풀어 놓았다면 2일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애플의 효율적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워치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 사족들

애플워치는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 다양한 기능이 얼마나 자주 쓰일지 모르겠지만 요긴한 기능이 있다.

먼저 요긴한 기능을 꼽자면 리모컨 기능이다. 아이폰을 음향기기로 쓸 때 애플워치가 리모컨이 돼 곡을 선택하고 음량을 줄이고 늘일 수 있다. 아이폰 전용 음향기기가 아니라 이어잭을 통해 대형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 요긴하게 쓰인다.

카메라 기능도 추천할만한 기능이다. 아이폰 화면을 볼 수 없는 각도의 피사체를 촬영할 경우 애플워치를 통해 보이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

단점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하지만 사족으로 단점을 꼽자면 블루투스를 이용해 아이폰과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통신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웨어러블 기기의 특성상 이용자는 모든 행위에 즉각적인 반응을 원한다. 하지만 애플워치는 눈높이가 높아진 이용자들에게 100% 만족을 주기는 어려울 듯하다. 애플워치의 지도 앱에 들어가면 왜 이 점을 단점으로 꼽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몇몇 단점이 있지만, 애플워치는 지금까지 써본 여러 스마트워치는 물론 스마트폰과 결합한 보조 기기 가운데 자신 있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50만원이 넘는 가격에 굳이 사야 하느냐를 묻는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애플워치가 IT 기기라는 점에서는 그런 호불호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워치가 패션 아이템이 된다면 전혀 다른 기준이 만들어진다. 지갑 하나에 수십만원, 가방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 것이 패션 명품들이다. 더구나 2015년 시계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시간을 알려주는 편리함보다도 패션 액세서리로서 의미가 더해진 아이템이다.

IT 시대를 앞서가는 얼리어댑터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꼽으라면 애플워치가 그 자리를 가장 먼저 차지했다. 그렇다면 왜 애플워치를 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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