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우 선제골
전남 안용우(왼쪽 두 번째)가 5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0라운드 울산과 홈경기에서 전반 19분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킥오프 90여 분을 남겼을 때다. 아우들의 예상치 못한 역전패 소식은 전남에도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맞대결을 벌이는 울산 유스팀과 맞붙어 패한 것이다. 전남 18세 이하(U-18)팀인 광양제철고가 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울산 U-18인 현대고에 3-4 역전패한 소식에 전남 관계자는 “프로 못지않게 고교전 결승은 양 구단 모두의 관심이다. 말 그대로 미래의 주역끼리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지 않은가. 프로 경기 전 (졌다는)찜찜한 소식을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전반에만 3골을 넣고, 후반에 4골을 허용하며 패했으나 허망한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형은 아우의 아픔을 통쾌하게 설욕했다. 노상래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5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울산과 홈경기에서 안용우 이종호의 연속골로 2-1 신승했다. 노 감독은 “경기 전 미팅할 때 (고교 왕중왕전)결과가 마무리된 게 아니었다. 다만 전남 U-18 팀이 전반에만 3골을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고, 프로팀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며 “득점 장면에서 의도한 대로 나와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전남의 두 팀이 울산에 모두 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웃으며 “내가 강조하지는 않았으나 선수들이 (동생이 패한 것을)인식하고 뛰었을 것”이라고 했다.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 쾌조의 오름세다. 최근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다가 다시 승수 쌓기에 시동을 걸었다. 리그 8승(7무5패)째 승점 31로 6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노 감독은 “우리가 상승세인 건 맞다. 그러나 다음 상대인 수원도 기세가 대단하다. 계속 안 지면 좋으나 경기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침묵하던 안용우의 발끝에서 승부가 갈린 것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전남의 오르샤가 지난 5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공격을 이끄는 동안 오른쪽의 안용우는 침묵했다. 희생적인 플레이로 노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으나 스스로 해결하는 데 아쉬웠다. 킥오프 전 노 감독도 “스스로 공격 포인트를 올려만 주면 더 좋겠다”고 말했는데, 안용우가 화답하듯 골을 터뜨렸다. 도움은 오르샤다. 역습 때 왼쪽에서 드리블한 오르샤는 오른쪽으로 달려든 안용우에게 정확하게 공을 연결했다. 안용우는 울산 정동호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한 뒤 왼발로 차 넣었다. 지난 5월 30일 부산전 2호골 이후 36일 만에 3호골. 그는 “오르샤가 잘하고 있어 나와 종호가 받쳐주는 역할을 한 게 사실”이라며 “골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감독께서 믿음을 줬다. 이 골을 계기로 더 나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보는 앞에서 골을 넣은 것에 대해서도 “솔직히 몰랐다. 그래도 (대표팀 감독이 관전하는 게)동기부여에서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웃었다.

반면 경기 전 “구단에서 형, 아우 모두 이겼다는 기사를 내자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윤정환 울산감독은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 부진에 빠졌다. 승점 20으로 하위권인 10위에 머무르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전반 전남이 8개의 슛을 때리는 동안 단 한개의 슛도 없었다. 수원전 사후 징계로 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양동현이 빠진 울산의 공격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장신공격수 김신욱이 원톱으로 나섰으나 시종일관 단순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전남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중원의 핵’ 제파로프의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다. 전남 수비진보다 템보가 느리다 보니 효과적인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후반 막판 김신욱이 상대 수비 반칙을 이끌어내 제파로프의 페널티킥 만회골로 이어졌으나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윤 감독은 큰 목소리로 선수들의 위치를 잡는 등 애를 썼지만 여전히 승점 3은 멀었다. 윤 감독은 “결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플레이 상황에서 조급하다. 진정을 시키고자 하나 눈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양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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