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최용수 감독, 내 몸이 슛을 하는거 같아
최용수 서울 감독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0라운드 광주와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 골 찬스에 몸을 갸우뚱하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2015.07.05.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최용수 FC서울 감독이 거액을 약속한 중국 장쑤의 감독직을 거절했다. 구단과 선수, 팬들에게는 신의를 지켰고, 자신의 소신도 지킨 결정이었다. 중국측의 제안이 놀라웠던 만큼 이를 고사한 최 감독의 결정 또한 많은 이들을 놀랍게 했다. 최 감독은 20억원이 넘는 연봉, 2년 6개월의 계약기간을 고려하면 총액 50억원이 넘는 거액을 마다하면서까지 신의와 소신을 지켰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많은 가치들이, 이제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줘야할 차례다.

서울 구단은 최용수 감독에게 찾아온 제안에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계약이 1년 남아있던 최 감독과 2년을 더해 총 3년의 계약을 다시 맺으면서 팀을 장기적으로 맡겼는데 당장 최 감독이 떠나게 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시즌 도중 사령탑을 교체하면 지금까지 겪은 시행착오를 또다시 겪어야 했지만 최 감독이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으면서 걱정은 사라졌다. 그 덕분에 서울은 연봉 20억원의 가치를 지닌, 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감독을 보유한 ‘부러운 구단’이 됐다. 서울 구단은 신의를 지키며 팀의 가치를 높여준 최 감독이 “K리그에서 할 일이 남아있다”고 말한 의지를 실현하도록 걸맞는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중국으로 떠나는 와중에도 선수 시절부터 품고 살았던 팀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상위권 성적을 내온 것이 최 감독이었다. 구단을 믿는 최 감독이 성적을 내면서도 미래를 그릴 수 있게 신뢰감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최 감독은 시즌 도중 팀을 떠나는 것에 가장 큰 고뇌를 느꼈다. 자신을 믿고 따른 선수들과 응원해 준 팬들에게 등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중국행을 고사하며 “선수들 덕분에 나도 좋은 평가를 얻은 것이 아닌가. 선수들을 두고 갈 수 없었다”는 이유를 댔다. 차두리가 “힘든 시기에 내게 손을 내밀어줬고, 박수받으며 은퇴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분”이라고 감사를 표현한 것이 인사치레가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서울 선수들은 이제 감독이 보여준 애정에 경기력과 성적으로 응답해야할 책임이 생겼다. 최 감독 부임뒤 서울은 2012년 K리그 우승을 했지만 이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 우승이 없다. 상위권 성적뿐 아니라 우승 욕심도 내야하는 것이 서울이다. 특히 갖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품에 안은 박주영이 제대로 믿음에 대한 결과를 보여줘야한다.

팬들은 이제 ‘20억 감독’ 최용수가 보여주는 축구에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수비축구, 이진법 축구로 칭하며 “슬로스타터가 아니라 실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난을 받았지만 그동안의 경기력과 성적이 해외 구단에서는 거액을 주고라도 얻고 싶은 것이었다는 점을 가볍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기일정을 더해가면서 최 감독이 시도했던 여러가지 전술들이 자리를 잡았고, 그에 따라 경기력과 성적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결과가 좋지 않으면 가장 먼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고, 승리하면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했던 최 감독이었다. “이대로 가버리면 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며 팬들에 대한 신의를 지킨 최 감독을 위해서 팬들도 그가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응원을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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