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의리의 최용수 감독, 거액의 유혹도 뿌리치고 담담하게
FC서울 최용수(왼쪽에서 첫 번째) 감독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0라운드에서 광주FC전을 앞두고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2015.07.05.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FC서울을 강타했던 메가톤급 태풍은 최용수 감독의 잔류 선언과 함께 소멸됐다. 우려했던 후폭풍도 없었다. 중국 수퍼리그 장쑤로부터 총액 50억원 이상의 거액 이적 제안을 받았던 최 감독은 지난 3일 잔류 확정 발표 이후 처음으로 팬들 앞에 섰다.

그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광주와의 홈 경기에서 변함없이 서울 벤치를 지켰다. 최 감독은 중국행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로 제자, 팬과의 신의를 꼽았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시즌 중에 팀을 옮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경기 킥오프 직전 서울 팬들은 “최용수”를 크게 연호하면서 잔류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에 팬들이 감독을 연호하는 장면은 K리그에서 흔치 않다. 그만큼 서울 팬들도 최 감독이 최근 보여준 결단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 셈이다.

◇‘후폭풍은 없다’ 최용수 감독의 강한 의지

최 감독은 장쑤 구단의 사령탑 제의 소식이 공개된 지 만 하루만에 팀 잔류를 공식 발표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거취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 만큼 선수단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최 감독은 광주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내 거취 문제로 인해 선수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동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평소대로 해야한다. 앞으로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이번 논란이 팀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는 “내 입장을 정리하고 나니 선수들 눈빛이 달라져 있더라. 더 신뢰가 쌓인 눈빛이었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자신의 거취보다는 경기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을 내보였다. 팀 잔류를 선언한 뒤 첫 공식전인 광주전에도 의미부여를 했다. “시즌을 정확하게 절반이 지났다. 오늘이 새롭게 시작하는 첫 경기다. 여러모로 중요한 경기”라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매듭짓기 위해 이번 경기를 이겨야한다. 시즌 중에 복잡하게 비춰져서 죄송하다. 7월부터 시작하는 후반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쉽게 흔들리지 않겠다…새 출발 다짐하는 서울

제자들은 최 감독의 거취 문제가 불거졌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최 감독의 빠른 결단이 선수단 안정에 큰 몫을 차지했다. 주장 차두리는 경기 직후 “선수들도 신문과 인터넷을 본다. (감독님의 거취 문제에 있어서)각자 생각이 있을 수 있다. (거취 문제가)전혀 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감독님이 빨리 결정을 해주셨고, 선수단도 그에 따라 빨리 안정을 찾았다. 오늘 경기만 보더라도 이기지 못했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이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노렸지만 결국 1점을 따는데 그쳤다. 전반 26분 페널티킥을 내주며 광주 이종민에게 선제 실점한 서울은 4분 뒤 윤일록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후반 들어 박주영과 김현성 등 골잡이들이 좋은 찬스를 잡으며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고도 결정력 부족으로 인해 기대했던 승리를 낚지는 못했다. 승점 31점으로 이날 울산을 이긴 전남에 골득실에서 뒤진 4위를 마크했다.

서울은 비록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최 감독과 선수들은 새 출발을 다짐했다. 최 감독은 경기 직후 “리그에서 치고 나갈 팀들은 이미 나가있다. 쫓아가야 할 입장에서 이제 따라가야 한다”면서 선두 전북과의 격차 줄이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전북과는 승점 10점차다. 그는 이어 “마음 같이 안되는 것이 축구다. 연승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잡는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급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차두리는 “선수는 이기기 위해서 경기장에 나가야한다. 감독이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이기기 위해 그라운드에 선다. 답은 쉽게 나와있다. 아무리 외부 변수가 있어서도 이기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 뛰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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