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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왼쪽)와 알렉시스 산체스. 출처 | 코파 아메리카 2015 홈페이지

신과 왕이 만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남미 축구 최강을 가리는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5일 오전 5시(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 국립경기장에서 하나 뿐인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다툰다. 개최국 칠레는 44번째인 이 대회 첫 정상에 도전한다. 1993년 이후 우승 기록이 없는 아르헨티나는 15번째 트로피를 거머쥐어 최다 우승국인 우루과이와 타이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축구계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결국 에이스는 있기 마련이다. 아르헨티나엔 리오넬 메시(28·FC바르셀로나)가 있고, 칠레엔 알렉시스 산체스(27·아스널)가 있다. 둘의 묘한 인연이 결승전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메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7회 등 소속팀 FC바르셀로나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축구의 신’으로 불린다. 산체스는 그런 메시의 그늘에 철저히 가려졌다. 이탈리아 우디네세를 거쳐 2011년부터 3년간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한솥밥을 먹었지만, 그가 마음껏 뛸 수 있는 상황은 제한되어 있었다. 바로 ‘메시가 없었을 경우’였다. 산체스는 2013~201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4경기에서 19골을 넣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90분 풀타임은 12차례에 불과할 만큼 출전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메시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팬들은 산체스에게 ‘메없산왕(메시가 없을 때 산체스가 왕)’이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지난 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으며 칠레를 16강으로 이끈 산체스는 곧바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로 이적, 정규시즌 35경기(34번 선발) 16골 등 총 52경기 25골을 넣고 아스널에서 ‘왕’으로 자리매김했다.

169㎝ 키에 중앙 공격수와 측면 윙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플레이스타일까지. 한 살 차이인 메시와 산체스는 체격조건이나 포지션 등에서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이번 대회 활약도 그렇다. 둘은 사실 2015 코파 아메리카에서 5경기 한 골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어시스트와 골이 시발점이 되는 패스를 자주 선보이며 동료들을 지원 사격하는 중이다. 메시는 1일 열린 파라과이전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폭발하며 아르헨티나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산체스 역시 페루와의 4강전에서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2-1 승리에 공헌했다. ‘닮은 꼴 활약’을 펼치는 사연 많은 두 공격수 중 누가 웃을 지, 바르셀로나에서의 인연이 겹치면서 더 흥미롭게 됐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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