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샤
전남 공격수 오르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슈퍼매치 못지않은 K리그 클래식 대표적인 라이벌전 상품인 ‘제철더비’도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싱거운 결과보다 오히려 뜨거웠던 건 크로아티아 출신 전남 외국인 공격수 오르샤 얘기가 나왔을 때다.

초반 부침을 딛고 이날 맞대결 전까지 4경기 연속골의 눈부신 활약을 펼친 오르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19라운드 포항전에선 골이나 도움 없이 후반 30분을 뛰고 물러났다. 그러나 유난히 힘겨루기가 이어진 경기 내내 돋보이는 개인 전술을 펼친 건 오르샤다. 왼쪽 측면에서 특유의 리드미컬한 드리블 돌파를 여러 차례 시도하며 광양 홈 팬을 즐겁게 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여유 있는 표정으로 질문에 대답하다가도 오르샤 얘기가 나오자 눈빛이 바뀔 정도다. 최근 전북과 FA컵 16강전에서 2-1 신승할 때 상대 왼쪽 공격수인 레오나르도를 철저하게 막은 오른쪽 수비수 김준수를 거론하며 “오르샤를 잘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르샤는 측면에서 중앙을 파고드는 움직임과 오른발 슛이 좋다”고 칭찬했다. 이날 공격 포인트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가장 위협적인 상대 공격 자원임에 틀림없었다.

‘오르샤 앓이’는 어느덧 전남만의 상황이 아니다. 타 팀도 크로아티아 연령대 국가대표를 거친 오르샤의 잠재력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임대 신분이기도 해 내년에도 전남에 남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노상래 감독은 오르샤에 대한 타 팀의 관심이 커진 것에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찍어 데려온 것을 알 것이다. 알아서 잘할 것”이라며 ‘의리’를 강조한 듯한 웃음을 보였다. 실제 오르샤는 노 감독이 수석코치이던 지난 시즌을 앞두고 관심을 보인 자원이다. 2013년 말 외국인 선수 물색 차원에서 크로아티아에 갔다가 오르샤를 발견했다. 곧바로 계약하고자 했으나 크로아티아 NHK 리예카에서 슬로베니아 리그로 임대 이적해 불발됐다. 1년을 기다린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초반 힘이 좋고 빠른 K리그 수비수들에게 고전할 때도 배려를 아끼지 않는 등 최근 오름세를 뒷받침한 스승이다. 1년 임대 계약으로 사실상 올여름 잔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노 감독은 “오르샤 문제는 잘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전남이나 타 팀이 오르샤 매력에 빠진 건 기존 유럽 선수 답지 않은 이타적인 성향 때문이다.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기존 외국 선수와 다르게 수비 가담에 능숙하다. 올 시즌 동계전지훈련서부터 수비 조직력을 크게 강조한 노 감독. “공격에 올라갔다가도 내려오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희생하는 자세가 좋다. 그런 부분에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팀에 녹아드는 데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또 튀는 행동을 일삼는 유럽 선수 성향과 다르게 조용한 스타일로 광양 문화에 이르게 적응한 점도 꼽는다. 전남 주장 방대종은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지 않고 이해하는 자세가 있다보니 다 좋아하는 것 같다. 오르샤는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1992년생인 오르샤. 노 감독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측면 플레이 뿐 아니라 문전에서 파괴력있는 움직임과 슛을 기대한다. 최대 장점이 슈팅 능력이다. 연습할 때나 실전에서나 슛을 때리면 궤적이 일정하다. 프리킥 키커로도 활용하는데, 문전에서 상대 반칙을 7~8개 얻어내면 절반 이상 (득점으로) 가능성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광양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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