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우리는 1차 지명선수들! 최고가 될 거예요!\'
25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진행된 2014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지난 6월 1차를 통해 각 구단에 이미 지명된 선수들이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4. 8. 25.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취 재 일 : 2014-08-25취재기자 : 박진업출 처 :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형님구단’들의 첫 번째 선택이 순조롭게(?) 막을 내렸다. 4연속 시즌 통합챔피언에 등극한 삼성을 비롯한 8개구단이 29일 향후 10년 이상 팀을 이끌어 갈 1차지명 선수를 선정했다. 일찌감치 프로행을 확정한 8명의 새싹들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 중 두 명은 일주일동안 ‘막내’ kt와 ‘아홉째’ NC의 선택을 기다리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다음 주까지 10명의 새싹들이 ‘프로 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질텐데 이들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는 기존 선수들은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 벌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선수들도 ‘감’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구단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고 있다. 1차지명을 포함해 2차 드래프트에서 10명을 선발한다고 가정하면, 65명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 중 11명은 내년 시즌 팀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방출된 뒤 다른 구단에서 러브콜을 보내 신고선수로라도 선수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10세(일반적인 경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다)때부터 10년 이상 야구만했던 선수들은 직장을 잃으면 말그대로 냉혹한 현실로 쫓겨나게 된다. 선수를 뽑는 스카우트나 각 팀 감독들,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단 사장과 단장 등이 고심하는 이유다. 표현은 좀 그렇지만, 굴러온 돌 때문에 박힌 돌을 뺐는데, 견고하던 성벽이 무너질 수도 있다. 불러들이는 이나 보내는 이를 선택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 1월 말에 보류선수 명단이 발표되기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 있느냐는 얘기도 있지만, 퓨처스리그는 10월이 되기 전 마무리에 접어들고, 각 팀은 10월 중순부터 교육리그나 가을캠프를 시작한다. 퓨처스리그가 끝나기 전, 가을캠프를 시작하기 전 이른바 정리할 선수들이 결정되기 때문에 운명의 시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방출과 잔류의 경계선에 있는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이 선수생명 연장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안타까운 점은 경계선에 있는 많은 선수들이 ‘나는 아닐 것’이라며 마음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kt가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으로 9명을 뽑았을 때 친정팀에 남게된 선수들 중 상당수가 ‘나는 20인에 포함됐다’고 생각했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들었다.

학수고대하던 프로행이 결정된 학생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명된 이후부터 교육리그 혹은 가을캠프가 열리기 전까지 야구만 하느라 누리지 못한 자유를 만끽하는 선수들이 많다. 진학 혹은 취업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팽팽하던 긴장감을 내려 놓는 것이다. 아직 솜털이 남아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선배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헤아려 보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한 팀 동료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주문한다면 과한 욕심일까. 야구는 절대로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캐치볼이라도 하려면, 공을 받아주고 다시 던져줄 동료가 필요하다)에 동료들이 없었다면 자신도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마음은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야구는 사람이 직접 홈을 밟아야 득점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다. 투수가 퍼펙트 게임을 해도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게 또 야구다. 유례없는 순위싸움에도 불구하고, 중동호흡기 증후군과 약물파동 등으 프로야구가 위기를 맞고 있다. 새식구 탄생(?)을 계기로 각 구단을 비롯한 모든 야구인들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그라운드에 서면 어떨까. 적어도 이런 마음이 있다면, 플레이 하나, 공 하나도 허투루 보낼 수 없지 않을까. 가는 이들에게도 떳떳한 오는 이들이 될 준비,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물론 떠날 이들도 잘 가야겠지만.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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