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OK저축은행 송명근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마친 뒤 챔프전 MVP를 수상하고 있다. 2015. 4. 1.안산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2015 월드리그에서 죽을 쑤고 있는 한국이지만 건진 것도 있다. 바로 송명근(22·OK저축은행)의 재발견이다. 2015 월드리그에서 송명근이라는 보석이 뿜어내는 광채는 대단하다. 대표팀의 해묵은 숙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는 기쁨을 안겨줄 정도다. 그 동안 남자 대표팀은 라이트 부재로 무던히도 속을 끓였다. 국내 프로배구에서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 선수에게 라이트를 맡기면서 토종 라이트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결국 대표팀 선발에서도 경쟁력있는 라이트를 뽑기 힘들어졌고,결국 라이트 포지션은 대표팀 전력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곤 했다.

따지고보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실패도 레프트에 견줘 화력이 처진 라이트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공격형 레트트와 화력을 나눠가질 수 있는 라이트 감으로는 문성민(현대캐피탈)과 김요한(KB손해보험) 등이 거론되지만 두 선수는 부상을 핑계로 번번이 대표팀 소집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그랬던 대표팀의 오랜 숙제는 송명근의 재발견으로 답을 찾았다. 그 동안 소속팀인 OK저축은행에서 공격형 레프트로 뛰었던 송명근은 이번 대회에서 난생 처음으로 라이트 포지션을 경험했다. 최홍석(우리카드) 서재덕 전광인(이상 한국전력) 등 상대적으로부터 풍부한 공격형 레프트 자원을 살리고 라이트 화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도한 송명근의 포지션 변경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라이트로선 비교적 작은 195cm의 신장. 그러나 송명근은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했다. 국내 최고의 빠른 공격템포를 자랑하는 공격수답게 세터의 토스를 빠른 스피드로 잘라서 때리는 특유의 타법에 상대 장신 블로커들은 제대로 쫓아가지 못했다. 그 동안 송명근의 타법은 국내용으로 평가절하되곤 했다. 팔 스윙 스피드가 워낙 빠르긴하지만 타법상 각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었지만 막상 맞닥뜨려보니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장신의 유럽 선수들도 송명근의 전광석화 같은 스파이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송명근은 30일 현재 공격성공률 53.54%를 기록하며 이번 월드리그 공격부문 5위를 달리고 있다.

속 끓이던 대표팀 라이트 적임자를 마침내 찾았다. 2014~2015시즌 챔프전 MVP 송명근이 그 주인공이다. 라이트는 처음 입어본 옷이지만 늘 입었던 옷처럼 몸에 꼭 맞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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