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0(우리은행, 국내 최초 \'중국 충칭분행\' 개점)사진
우리은행 이광구 은행장(왼쪽에서 일곱번째)가 지난달 중국 중칭 분행 개점식에서 주요 참석 인사들과 함께 테이프커팅 행사를 갖고 있다. 제공 | 우리은행

[스포츠서울]‘살려면 해외로 나가라.’

국내 주요 은행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경쟁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국내 영업이 수익성 개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3년 세계 1000대 은행에 포함된 국내 은행 10곳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전체 평균(1.28%)에 크게 못미치는 0.38%에 불과했다. 한국 순위는 94개국 가운데 83위에 머물렀다. 국내 4대 은행의 2013년 순이익은 2012년 대비 23.2% 감소했다. 최근 몇 년째 수익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 해외 진출은 생존의 문제, ‘해외 진출 외에 수익성 개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수익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낮기 때문이지만 국내 여론상 예대마진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수익을 단기간에 늘리기도 여의치 않다. 핀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과 해외 진출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길밖에 없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한다면 수익성 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4대 은행의 해외 영업이익 비중은 4% 남짓에 그치고 있다. 반면 2013년 말 기준 스위스 UBS의 해외 영업이익 비중은 61.3%, 싱가포르 DBS는 33.7%를 차지했다. 2014년 말 기준 해외 점포 자산 비중은 KB국민은행 1.82%, 우리은행 5.97%, 외환은행 15.06% 수준이다. 2013년 말 기준 글로벌 금융사 JP모건이 29.1%, 일본 3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미즈호는 44%의 해외 자산 비중을 보였다. 절박한 심정으로 해외진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해외에서도 영업한다는 시늉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실적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 지점은 잠시 쉬었다가 돌아오는 곳이 아니다.

◇우리은행 앞서 달리고, 하나 신한 국민 기업 은행 뒤에서 추격하고

우리은행은 8개국에서 186개의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 이 중 136개가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올해 화두를 핀테크와 글로벌 진출로 정했을 정도로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에 글로벌 사업으로 순이익 1억2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대손충당금을 쌓기 전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6%였다. 올해 연간 해외 영업으로 수익 비중을 10%까지 높이기로 했다. 향후 동남아시아 진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해외 네트워크를 210개 이상으로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500여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에 이르는 ‘아시아벨트’를 완성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해외 24개국에 136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100개, 미주 지역에 26개, 중동과 유럽에 10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수익 비중을 40%까지 늘릴 계획이다. 가장 최근에 신설한 해외 네트워크는 지난 4월에 신설한 호치민지점이다.

신한은행은 16개국에 74개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집중 공략 중인 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 베트남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랜스 시에 지점을 개설했다. 2014년에 우리은행과 비슷한 규모의 해외 영업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은 해외 10개국에 25개의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자카르타와 프놈펜에 사무소를 개소했고, 4월에는 뉴델리지점을 개점했다. 오는 11월에는 마닐라에 지점을 연다. 국민은행은 11개 국가에 18개 해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BCC에는 지분을 투자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메콩강 주변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할 예정이다. 올 3분기에는 상하이분행의 중국 당국 본인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 기업 지사를 상대로 한 대출 영업은 한계 노출, 현지인 상대 소매금융 적극 개척

주요 은행들의 해외 네트워크는 국내 기업의 지사에 대한 대출 영업에 주력해왔지만 이제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현지 한국지점 사이의 경쟁 뿐만 아니라 현지 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인 대상 영업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해외 영업에서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인 대상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점 개설만으로는 쉽지 않다.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해 현지인 대상 소매금융에 뛰어드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은행도 해외 은행 인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지난해 해외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1억2000만달러 중 상당 부분이 현지인 대상 소매금융에서 나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현지법인과 합병한 뒤 현지인을 대상으로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소매금융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기업 대출 뿐만 아니라 소액 개인 대출과 신용 대출도 해준다. 해외 영업 수익의 상당 부분이 예대마진에서 나온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예대마진은 3~6%로 국내의 1.7%보다 상당히 높다.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현지법인의 투자 자산으로부터의 수익도 얻는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지역이 국내 은행들이 소매금융을 펼치기에 수월하다. 선진국에선 경쟁력에서 현지 은행들에 뒤지기 때문이다.

박시정기자 charli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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