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박사 최계경의 육도락 기행]여름엔 역시 닭, 신촌 유닭스토리 초계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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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입맛을 잃은 여름철, 후루룩 끝내는 국수 한그릇에 고기의 영양을 모두 섭취할 수 있는 닭칼국수와 초계국수가 딱이다.

[스포츠서울]과연 한국인들은 언제부터 더울 때 닭을 고아먹었을까. 물론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가축(가금류)이며 고효율을 자랑하는 단백질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실 세계 각국에는 백숙과 비슷한 요리가 많다.

닭은 꽤 오랜 시간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했지만 알을 낳는 주 역할 이후, 고기로서 처음 문헌에 기록된 것은 바로 ‘삼계탕’에 대한 언급이다. 백숙으로 먹기도 했지만 식약동원 원리에 따라 ‘계삼탕’이란 이름으로 약으로 쓰였다. 약병아리를 쓰는 백숙처럼 그저 소금만 넣고 끓이면 되는 요리는 중요한 날 주로 민간에서 즐겼다.

그런데 초계탕이란 것도 있다. 한반도 북부 지방 음식인 초계탕(醋鷄湯)은 닭을 고아낸 육수를 차갑게 식혀 담아낸 냉 음식이다. 냉면처럼 식초와 겨자를 넣어 간을 한다. 아예 국수처럼 메밀면을 말아먹기도 한다. 겨울 음식인 것도 냉면과 비슷하다. 보양식으로 닭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향민들이 초계탕 식당을 주로 하는데 경기도 파주나 연천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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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닭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여름철 보양식 초계국수.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신촌. 이곳에 닭을 전문으로 하는 국숫집이 있다는 얘길 해와, 더워지기 전에 당장 찾아봤다. 신촌 오거리의 언덕배기에 위치한 유닭스토리. 외진 곳이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여름이라 시원한 초계국수와 이열치열 닭한마리 칼국수가 인기다. 탄수화물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맛을 보기 위해 하나도 포기할 수 없어 둘다 주문했다.

국수의 국물 재료 중 으뜸은 닭이다. 돼지를 즐기는 중국에서도 육수에는 노계(老鷄)를 쓴다. 원래 육수로는 꿩을 썼지만 구할 수 없을 땐 대신 닭을 썼다. 속담도 그래서 나왔다. 현대에 들어와선 닭이다. 꿩을 꺼리는 탓이다.

초계국수가 먼저 나왔다. 다행이다. 살 얼음 낀 초계국수를 먹고나서 팔팔 끓는 닭칼국수를 입에 넣는다면, 당장 앞니가 산산히 깨질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보기만해도 시원한 국물 위에 잘게 찢은 닭의 살코기가 잔뜩 얹혔다. 유닭스토리에선 당당히 말한다. 미사리의 유명한 초계국수를 가져왔노라고. 흔히 다른 식당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면서도 절대로 자신 만의 래시피인 양 떠들어대는 세상에, 다른 유명 식당의 것을 사왔다고 밝히며 손님상에 내놓는 것. 주메뉴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절대 보일 수 없는 당당함이다.

국물은 새콤하다. 면은 메밀은 아니지만 가는 것을 쓰니 좀더 냉면과 어울린다. 양념없는 밀면같은 느낌이다. 시원한 국물과 함께 후루룩 잘도 넘어간다. 겨자를 좀 넣으니 매콤새콤하면서도 닭고기 특유의 맛이 좀 더 살아난다. 닭고기를 같이 집어먹으니 질겅질겅 씹는 맛도 살고 특유의 고소함도 더하다. 김치와 동치미도 맛이 퍽 어울린다.

이열치열로 닭칼국수도 제격이다. 굵은 칼국수 면에 뽀얀 닭국물, 그리고 푸짐한 고명. 소문난 맛집 곰탕 한 그릇만큼이나 든든하다. 입맛을 잃은 무더운 여름철 육도락은 이처럼 간단히 국수 한 그릇으로 때울 수도 있다.

<육도락가·계경순대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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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로 여름을 이겨내기 충분한 유닭스토리의 닭칼국수.
★유닭스토리=늘 신촌맛집으로 꼽히는 집이다. 전반적으로 모든 메뉴가 푸짐하고 맛있다. 초계국수 6000원(특 7000원) 닭칼국수 6000원(특 7000원). 식사와 술자리를 같이 겸할 수 있는 닭한마리도 인기메뉴다. 1만9000원, 얼큰 닭한마리는 2만원을 받는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105-5.(02)6012-9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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