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대표팀 준우승
한국 남자 검도 대표팀이 31일 일본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제16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준우승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도쿄(일본)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한국 검도가 더러운 편파판정에 또 당했다.

9년 만에 세계 정상에 도전한 남자 검도 대표팀은 31일 일본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제16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지긋지긋한 일본계 주심의 편파 판정 끝에 결승에서 일본에 1<2PK3>2로 졌다. 지난 2006년 대만 13회 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남자 대표팀은 통산 6번째 준우승에 그쳤다. 선봉으로 나선 장만억(26·구미시청·4단)이 다케노우치 유야를 상대로 머리치기 한판승을 빼앗겼으나 2위 조진용(25·남양주시청·4단)이 가쓰미 요스케에게 짜릿한 연속 머리치기로 2-0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중견 박병훈(30·용인시청·5단)은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쇼다이 마사히로에게 손목치기 패배를 당했고, 부장 유제민(24·구미시청·4단)과 주장 이강호(37·구미시청·6단)는 상대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난무했다. 대회 개막 전부터 부도칸 마루도 밟지 못하게 하는 등 종주국 답지 않은 텃세를 부린 일본. 전통적인 편파 판정은 극에 달했다. 승부처였던 세 번째 대결에서 박병훈이 마사히로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했으나 심판진은 깃발을 들지 않았다. 유제민 이강호도 상대를 타격하고도 점수를 인정받지 못해 애를 태웠다. 이틀 전 남자 개인전에서도 장만억이 준결승에서 아미시로 타다카츠와 겨뤘을 때도 머리치기를 인정받지 못해 3위에 그쳐야 했다.

45년 만에 ‘무도의 성지’로 불리는 부도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애초 일본의 텃세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국제 검도계에 영향력이 큰 일본은 이번 대회 꾸린 36명의 국제 심판 중 12명이나 자국 출신으로 구성했다. 나머지 심판진도 국적만 다를 뿐 대체로 일본계 출신이 많다. 장만억의 4강전에서도 캐나다 국적을 지닌 다구치 요시아키가 주심으로 나섰다. 단체전 결승 주심을 본 미국 국적의 팀 유즈도 일본계였다. 단체적 직후 국내 국제심판의 거센 항의를 받았으나 아무런 대답 없이 부도칸을 빠져나갔다.

눈물 흘리는 대표팀
억울한 심판 판정에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 선수들이 경기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개새끼
미국 국적의 일본계 주심 팀 유즈(노란 원)가 한국인 국제 심판의 거센 항의에 모른 척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자 대표팀은 울음바다였다. 국제검도연맹(FIK) 부회장인 이종림 대한검도회 회장이 직접 선수단을 찾아와 위로의 말을 전했으나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억울한 마음에도 심판 판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고개를 떨어뜨렸다. 특히 세계선수권 5회 연속 출전한 ‘살아 있는 전설’ 이강호는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르는 가운데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뭉클하게 했다.

손뼈 일부가 부러지는 부상에서도 진통제 투혼을 발휘한 박병훈은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다친 부위보다 팀에 도움이 될 생각만 했다. 정말 아쉽지만 꼭 다음 대회엔 정상에 오르겠다”고 했다. 조진용도 “어제 1시간 동안 기도하고 잠을 잤다. (황당한 판정으로 패배해서) 가슴이 아파 울었다. 3년 뒤 인천에선 우리가 꼭 우승하겠다”고 했다. ‘맏형’으로 제몫을 다한 이강호도 “스스로는 물론, 한국 검도인들에게 말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후배들이 판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잘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도쿄(일본)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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