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R 부천전 - 조광래 대표이사 (4)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열린 부천과의 K리그 챌린지 26라운드 홈경기에서 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공 | 대구FC

[스포츠서울]지난 주말엔 모처럼 K리그 챌린지(2부)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을 찾았다. 사실 대구FC가 지난 해 강등되고 나서는 방문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올시즌 선두를 질주하며 내년 승격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재정 등에서도 많은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구스타디움을 행선지로 잡았다.

2년 전인 2013년 가을 마지막으로 갔던 대구스타디움은 을씨년스러웠다. 2012년 전북 포항 등을 잡으면서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그룹A)를 노크했다가 마지막에 아쉽게 눈물을 삼켰던 스토리는 온데간데 없었다. 성적은 바닥에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했고, 관중들도 대구FC를 외면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구단이 시에서도 외면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는 해당 시즌 강등과 함께 사장·감독·사무국장은 물론 젖먹이들이 있는 직원들까지 강등 희생양으로 퇴직하는 사태가 일어났다(그 때 퇴직한 직원 중 한 명은 기업구단 울산에서 사무국장을, 또 다른 한 명은 수도권 구단 성남에서 팀장을 맡아 중용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악순환’인 듯 했다.

지금은 다르다. 다시 찾은 대구스타디움엔 생동감이 넘쳤고, 부활의 징조도 느낄 수 있었다. 대구 축구명문 청구고 출신으로 지난 해 당선된 권영진 대구광역시장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략가 조광래 사장이 지난 해 손을 잡아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꿔나가고 있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숱한 지역기업들의 A보드(광고판)였다. 구단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을 낸 기업은 ‘재정후원기업’으로 지정되어 A보드에 등장할 수 있다고 한다. 100~1000만원 소액 후원도 결실을 맺고 있다. 한 지역인사가 구단에 후원금을 낸 뒤 다른 사람을 지목, 그 사람이 또 구단에 보탬을 주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식 후원이 1004명(천사)을 목표로 ‘엔젤클럽’이란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 시민구단 대표인 반포레 고후처럼 조만간 골대 뒤 트랙에 A보드가 줄을 서게 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조 사장은 “그렇게 되면 좋지요?”라며 웃었다. 대구의 중견급 직원은 “올해는 개미들의 소액 후원이 많이 증가했다. 당연히 재정 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년 전 대구 구단은 재정난을 벗어날 방법이 없어 매달 가스요금에 후원액 몇백원 넣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역민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었다.

대구FC는 창단 15주년인 2018년을 터닝포인트로 삼고 있다. 6만여석 규모 대구스타디움을 떠나 1만석 규모로 리모델링되는 대구시민구장으로 옮겨 첫 시즌을 치르는 해가 바로 2018년이다. 그 때면 지역기업 후원도 자리를 잡을 것이다. 클럽하우스와 유소년 클럽 시스템 등 선수 운영·수급도 기초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감독 시절 ‘다윗’ 경남을 맡아 ‘골리앗’ 기업구단을 이겼던 조 사장과 이영진 감독의 지도 철학이 확립된다면 성적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선순환’ 효과가 나오는 셈이다.

대구가 2년 전 강등될 때 떠난 구단 직원의 얘기를 기억한다. 그는 “창단되고 한 번이라도 뭘 제대로 해봤으면 소원이 없을 것이다. 시민들은 4강, 우승을 원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라고 아쉬워했다. 기자도 무조건 축구라서, 어차피 만들었으니까 대구FC에 지원해줘야 한다는 논리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대구를 비롯한 많은 시민구단들이 지역 권력 등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한 번의 ‘찬스’를 잡으려는 대구FC를 응원한다. 아울러 대구FC를 응원하는 권 시장의 마음도 변하지 않기를 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려는 다른 시민구단에 대구가 쓰는 돈이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남기를 기원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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