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스포츠서울] 영화 ‘간신’의 주연을 맡은 주지훈이 12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왕에서 간신으로요? 물리적 압박이 심리적 압박이 되더라고요.”

영화 ‘간신’(민규동 감독·수필름 제작)의 임숭재 역으로 돌아온 배우 주지훈(33)은 막힘이 없었다. 처음으로 정통사극인 ‘간신’에 도전한 그는 “왕이나 왕세자 역할만 하다가 신하 역할을 하려니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게 심리적 압박이 되기도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동안 드라마 ‘궁’,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에서 왕세자와 왕 역을 연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퓨전사극에 웃음 코드가 강한 영화였던데다 신하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속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고, 왕과 눈을 마주치면 안됐다.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카메라 감독님이 얼굴을 못 잡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겹치니 마치 계속 오답을 내는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고백이 엄살로 들릴 만큼 주지훈은 이번 영화를 통해 한단계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 임사홍(천호진)을 비롯해 연산군(김강우), 단희(임지연), 설중매(이유영)와의 관계에 모두 얽혀있는 임숭재를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화제가 된 것 가운데 하나가 주지훈의 발성이었다. 사극이란 걸 떠나서도 이전보다 훨씬 안정된 발성에 대해 주지훈은 “특별히 준비한 것이 없는데 발성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놀랐다”고 의아해했다. “뮤지컬을 하다보니 굵은 발성을 내는 것은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극중 내 역할인 임숭재가 제일 권력자인 주인공인데 이야기의 화자이기도 해 대사량이 엄청나다. 그걸 기존의 권력자들처럼 너무 느리게 하면 영화가 너무 길어진다. 그래서 좀 빠르게, 그러면서 낮은 발성을 하다보니 따로 신경쓴 것은 아닌데 상황 자체가 그렇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과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로 만난 이후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이 만들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게 있지 않나. 민 감독님 영화를 하고 민 감독님 부인인 홍지영 감독님 영화(‘결혼전야’)까지 하다보니 사적으로도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 어떨 때는 홍 감독님에게 연락하고 만나러 나갔는데 민 감독님이 나와계시고 그런다”며 웃었다. 이번 영화도 홍 감독의 ‘결혼전야’를 찍고 있는데 민 감독이 “너 내꺼 다음 작품 할래?”그래서 뭐에 홀린 듯 “네” 했다는 주지훈은 “다음 작품에서도 부르시면 할 것 같다”며 무한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원래 인간관계나 이성과의 관계에서 너무 급하게 다가오면 물러나는 경향이 있다는 그는 “특히 홍 감독님은 나를 너무 잘 다루신다. ‘결혼전야’는 영화인 데도 하루에 두 시간씩 자고 찍어도 너무 행복했다. 세뇌됐던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영화에서 다시 함께한 민 감독에 대해서는 “워낙 머리 속에 그림이 딱 그려져 있어서 내가 뭐라고 해도 ‘그래도’하며 정해진 대로 하시는 스타일”이라며 “다음에 작품을 같이 하게 되면 이번에는 좀 ‘엉겨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주지훈이 역사에 길이 남을 간흉 임숭재를 연기한 ‘간신’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