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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에이 수지. 제공 | JYP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JYP 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이자 대주주인 박진영은 지난 17일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수지 말을 잘 들어야 한다. 회사 이름을 JYP에서 SJ로 바꿔야 할 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중에게 미쓰에이 수지가 JYP의 ‘소녀 가장’으로 불리는 데 대한 일종의 ‘자학 개그’였다.

그런데 JYP를 SJ엔터테인먼트로 바꾸자는 농담에는 과연 얼마나 진실이 섞여 있을까. 수지가 JYP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별명에 걸맞게 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지는 JYP의 ‘소녀가장’이 아니다. 실질적인 ‘가장’은 따로 있다. 바로 남자 아이돌 그룹 2PM이다. 국내에서 최근 몇년간 인지도, 각종 활동 등에서 수지가 2PM을 뛰어넘은 듯 보이지만 매출액으로 따지면 2PM과 수지는 비교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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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제공 | JYP엔터테인먼트


◇2PM, 수지-미쓰에이 매출의 3~4배 버는 비결 ‘해외 활동’
JYP의 한 관계자는 “2PM이 수지와 소속팀 미쓰에이를 합친 매출의 3~4배를 번다”고 밝혔다. JYP 내 최고의 ‘캐시카우’는 수지가 아니라 2PM이란 의미다.

수지가 각종 CF, 방송, 영화, 미쓰에이 활동 등으로 전천후 활약하며 국내 톱 스타로 군림하고 있지만 2PM에겐 ‘해외 활동’이라는 영역이 존재한다. 2008년 데뷔한 이후 국내 정상급 아이돌로 자리매김한 2PM은 지난 2013년 5월 발매한 3집 ‘그로운’과 지난해 9월 발매한 4집 ‘미친거 아니야?’가 기대 만큼 국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2PM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명실상부 아시아를 아우를 수 있는 팀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시아 전역을 돌며 중국, 일본, 동남아 전역에서 최소한 한회당 1만명 이상의 팬을 끌어모을 수 있는 국내 팀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엑소, 샤이니, JYJ, 빅뱅, 2PM 등이 그 정도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의 매출을 분석해 보면 해외 매출, 그 중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설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엔터 업계를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눈여겨 보는 지표도 일본 공연 횟수와 해외 매출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게 오리콘 차트인데 주간 1위를 한 국내 팀은 지난해 동방신기와 2PM 뿐이었다. 2PM은 현 상황에서 분명 일본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는 한류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2PM은 지난 15일 일본에서 현지 4번째 정규 음반 ‘2PM OF 2PM’을 공개한 첫날 2만5397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발매일부터 일일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이달부터 일본 전국 6개 도시 총 14회 공연으로 총 15만 명을 동원하는 아레나 투어를 펼치고 있다. 아시아 전지역에서 2PM은 여전히 확실한 흥행보증수표다.

지난달 공시를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JYP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84억8247만원이었다. 품목별 매출을 살펴보면 음반 32억604만원(내수 31억5879만원/수출 4725만원), 콘텐츠 67억9776만원(내수 33억3361만원/수출 34억6414만원), 음반제작 18억9950만원(내수 144만원/수출 18억9806만원), 매니지먼트(행사, 공연, 광고 등), 331억511만원(내수 153억4621만원/수출 177억5890만원), 기타 매출 34억7406만원 등이다. 매니지먼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이르는데 이중 수출 부문 매니지먼트 매출(177억5890만원)의 많은 부분을 2PM이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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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제공 | JYP엔터테인먼트


◇ ‘포스트 2PM-수지를 찾아라’. 올해 단기 과제는 ‘갓세븐의 글로벌 그룹 도약과 신인 걸그룹 안착’
JYP의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JYP를 글로벌 회사.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시가총액 1조원의 벽을 훨씬 뛰어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다. 1조원의 벽은 아직 JYP에 높아보이지만 최근 회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사실 JYP는 최근 2~3년간 ‘슬럼프’를 겪었다. 박진영의 ‘원맨쇼’를 탈피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해외 시장에서 고군분투한 실질적인 ‘가장’ 2PM, 대외적으로 ‘소녀 가장’ 역할을 자임하며 JYP의 이미지를 좋게 만든 미쓰에이 수지 등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큼 흥행에 성공한 팀이 거의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빅3’로 불리기도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JYP를 FNC엔터테인먼트,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빅5’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재무재표상 JYP의 실적은 의외로 괜찮았다. JYP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7.4%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82억5663만원으로 전년 25억5331만원 손실 대비 흑자 전환, 당기 순이익 역시 78억5014만원으로 전년 39억4488만원 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다. 2013년 10월 비상장 JYP와 상장사 JYP Ent.의 합병으로 인해 매출액이 증가하고 손익구조가 개선됐다. 2014년부터 회사에서 자체 제작하는 콘서트, MD 사업부문(일본제외), 자회사 JYP 픽쳐스가 주도하는 드라마 영화 제작 사업, 또 윤박, 최우식 등이 소속돼 있는 배우매니지먼트 부문에서도 신인 배우들이 주연급으로 성장하면서 약진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이 JYP의 선전 비결이었다.

JYP측은 2015년 견고한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체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우선 이달 들어 신곡을 발표한 미쓰에이와 박진영이 각종 음원 차트 1~2위를 다투며 흥행에 성공, 침체된 듯 보였던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게 JYP에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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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세븐. 제공 | JYP엔터테인먼트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JYP의 전략은 라인업 확장이다. 갓세븐을 아시아권에서 통하는 그룹으로 성장시키고, 새 걸그룹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게 지상과제다.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팀을 2PM 외에 한팀 늘리는 것은 JYP의 주요 단기 과제중 하나인데, 갓세븐이 이미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 갓세븐은 멤버 7명 중 3명(홍콩 출신 중국인 멤버 잭슨, 대만계 미국인 마크, 태국인 뱀뱀)이 외국인이다. 론칭 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멤버를 구성했다는 의미다. 2년차 아이돌 갓세븐은 이미 지난해 일본 내 5개도시 총 9회 공연에서 2만5000여 팬을 불러모으며 기반 다지기에 성공했다. 오는 6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팬미팅을 개최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최근 갓세븐은 중국 ‘패션파워 시상식’, ‘인위에 V 차트 시상식’, ‘음악풍운방 연도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오르며 중화권 대세 그룹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하나의 단기 과제는 새 걸그룹의 안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JYP는 원더걸스, 미쓰에이 등 걸그룹 만들기에 강점을 보여왔다. 새로 선보일 걸그룹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라고 전망했다. JYP는 최근 엠넷과 손잡고 리얼리티 프로그램 ‘식스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신인 걸그룹 후보생 7명과 이들의 자리를 쟁취하려는 연습생 9명의 대결을 통해 데뷔 멤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JYP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원더걸스, 미쓰에이에 이어 5년 만에 신인 걸그룹을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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