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민
한국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 수비수 연제민이 급성백혈병으로 지휘봉을 놓은 이광종 감독을 위해 ‘감독님 빠른 쾌유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채 2015 킹스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U-22 대표팀은 7일 나콘라차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킹스컵 축구대회 결승전 개최국 태국(A대표팀)과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3전 2승1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캡처 | 연제민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뉴스에서 (이광종)감독님의 병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병마와 싸우는 스승에게 우승컵을 선물한 ‘이광종의 아이들’이 금의환향했다. 태국에서 열린 2015 킹스컵 축구대회에서 무실점 우승을 달성한 한국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은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태극전사들은 사령탑이었던 이광종 감독이 고열 증세로 지난달 29일 국내로 돌아온 뒤 급성 백혈병이란 진단 결과를 받은 것에 혼란스러워했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놓고, 신태용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선임되는 등 급작스러운 변화가 일었지만, 스승을 위해 똘똘 뭉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 개최국 태국과 3차전에서 신들린 선방쇼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된 수문장 이창근은 “선수들이 신경 쓸까 봐 이 감독께서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며 “선수들도 뉴스에서 감독의 병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태국전 전반이 끝난 뒤 ’감독을 위해 뛰자’고 격려했다. 이 감독은 아버지와 같다. 덕분에 나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숙소에서 ‘감독님 빠른 쾌유 기원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에 게재한 수비수 연제민은 “감독께서 아프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창근, 연제민, 우주성 등은 유소년 시절부터 이 감독의 지휘를 받았다. 2년 전 터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신화도 함께 쓰는 등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누구보다 이 감독의 하차를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연제민은 “우리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야 감독께서 쾌차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신태용 신임 감독 지휘 아래 3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1차 예선에 나선다. 예선을 통과하면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이 대회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한다.

우즈벡-폭력축구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5 킹스컵 첫 경기에서 나온 우즈벡의 비신사적인 행위. 후반 32분 강상우가 상대 선수 다리에 가슴을 가격당한 데 이어 후반 42분엔 심상민이 상대 선수에게 얼굴을 3~4차례 맞았다. 캡처 | KBS


한편, 킹스컵 1차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얼굴을 가격당한 심상민은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져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당시 그는 후반 막판 토히르욘 샴시디노프에게 얼굴을 수차례 맞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은 이튿날 코치진과 샴시디노프가 한국 숙소를 찾아 심상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심상민은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오케이’만 주고받았다”며 “앞서 식당에서 과일을 접시에 담고 있는데, 다른 선수가 먼저 찾아와 약을 올리는 식으로 사과했다”고 억울해했다. “동료와 장난하며 당시 상황을 잊었다”고 말한 그는 “이 감독께서 항상 정신력을 강조한다. 감독께서도 정신력이 강하시니 병을 잘 이겨낼 것”이라며 스승의 쾌유를 기원했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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