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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오른쪽)이 잘츠부르크와 입단 계약한 뒤 웃고 있다. 출처 | 잘츠부르크 홈페이지


[스포츠서울]‘특급 유망주’ 황희찬(18)이 포항 우선지명을 무시하고 오스트리아 명문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계약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K리그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유소년 육성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어 축구계 반응도 주목된다.

◇황희찬, 포항 몰래 잘츠부르크와 계약

잘츠부르크 구단은 17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2015년 첫 영입 선수로 황희찬과 2019년까지 계약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잘츠부르크 구단은 당분간 오스트리아 축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황희찬을 2부리그 위성구단 FC리퍼링으로 내려보낼 계획이다. 포항 유스인 포철중과 포철고를 졸업한 황희찬은 2012년 16세 이하 아시아축구선수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지난 10월 미얀마에서 열린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도 대표로 참가하는 등 공격수가 귀한 한국 축구 현실에서 차세대 대형 스트라이커 후보로 각광받았다. 이에 포항도 내년 2월 포철고 졸업 예정인 황희찬을 드래프트 시장에서 우선지명한 뒤 계약 절차를 밟으려고 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그를 만나 “대형 공격수가 없는 K리그 현실에서 꼭 지도해보고 싶은 공격수”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포항과 사인하는 대신 잘츠부르크로 건너가 입단에 합의했다.

◇포항 “강경 대처하겠다”

포항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잘츠부르크와의 협상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구단 허락도 구하지 않고 갈 줄은 몰랐다”며 “중학교부터 6년간 키운 선수를 한 순간에 빼앗기게 됐다. 최근 흐름을 보면 우리 구단 만의 문제가 아니라 K리그 전 구단의 문제로 보고 있다. 강경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지난 1일 ‘우선지명 선수가 다른 팀과 계약할 경우, 반드시 원소속 구단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추후 정확한 유권해석이 필요하지만, 황희찬은 비록 계약하지 않았더라도 포항 우선지명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론 이 규정 적용을 받는다. 연맹 관계자는 “해외로 나갔던 선수가 국내로 복귀할 땐 자신을 우선지명했던 구단 허락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황희찬이 나중에 일이 안 풀려 국내로 돌아오려고 할 때, K리그 어느 구단으로 가더라도 포항이 먼저 허락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포항이 황희찬의 잘츠부르크 이적에 대해 정서적 아쉬움 혹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는 현재 상황으론 그의 K리그 복귀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런데 로컬룰…국제규정엔 문제 없다

문제는 이 규정이 K리그의 전형적인 ‘로컬룰’이라는 점이다. 잘츠부르크는 어떤 팀과도 프로 계약을 맺지 않아 사실상 무적인 황희찬을 영입한 것 뿐이고 이는 국제 이적시장에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잘츠부르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룰에 따라 그를 6년간 육성한 포항에 수천만원의 훈련 보상금을 지급하면 그만이다. 황희찬이 추후 오스트리아를 떠나더라도 K리그에만 돌아오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한 에이전트는 “황희찬이 유럽에서 돌아온다고 해도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면 된다. 그 만큼 축구 이적시장이 예전과 다르게 넓어졌고 한국 선수에 대한 대우도 좋아졌다”고 했다.

◇K리그 구단도 속앓이 “애써 키운 선수 뺏긴다면…”

K리그 구단들은 황희찬이 잘츠부르크와 계약하면서 비슷한 사례들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K리그는 지난 해 제주와 자유계약한 뒤 곧바로 바이엘 레버쿠젠과 사인한 류승우, 인천 유스 대건고 졸업 뒤 독일 함부르크로 곧장 건너간 권로안 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수원 산하 매탄중 선수가 18세 이하 선수 이적을 금지한 FIFA 규정 위반을 감수하고 독일로 간 사례도 있었다. K리그는 산하 유스팀 선수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 등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가 유럽에 가겠다고 ‘떼를 쓰면’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K리그 빅클럽 구단 관계자는 “우선지명 받은 뒤 프로 1군에서 뛰기 어려워 일단 대학으로 간 청소년대표급 선수들 중, ‘키워준 구단에서 안 뛰겠다. 유럽으로 가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선수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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