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쓰쿠바대
지난 20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인천대와 쓰쿠바대의 한일 1,2학년 대학축구 챔피언십 경기 모습. 제공 | 일본대학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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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대학선발팀의 주장인 김광희(오른쪽)와 미토 린이 21일 일본 사이마타에서 열린 제21회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 킥오프를 앞두고 인사하고 있다. 제공 | 일본대학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지난 20~21일 일본에서 시행한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 덴소컵은 기존 남자 교류전 뿐 아니라 사상 처음으로 1,2학년 챔피언십, 여자 교류전까지 치르며 양국 U-23 연령대 수준을 총체적으로 가늠하는 장이 됐다.

한일 성인 축구 차세대 주자가 교류하는 목적을 띄고 있지만 실전 경기를 통해 양국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세 차례 공식 경기에서 3전 전패 성적표를 떠안았다. 1,2학년 챔피언십에서 인천대가 쓰쿠바대에 1-5로 졌다. 남녀 대학선발팀도 일본에 각각 0-1, 1-4로 고개를 숙였다.

스코어를 떠나 경기 운영, 위기관리 능력, 골 마무리까지 일본이 더 나은 경기를 펼쳤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가뜩이나 한국 축구는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까지 최근 2년 사이 일본과 공식전에서 ‘4연속 0-3 패배’ 수모를 당하며 벌어진 격차를 실감하고 있다. 이번 덴소컵을 통해서도 한일 간의 수준 차를 재확인한 셈이다.

예견된 일이다. 전체 등록 선수가 일본의 800분의1에 불과한 여자 축구는 차치하더라도 남자는 대한축구협회(KFA) U-21 룰, K리그 U-22 룰처럼 저연령 선수 정책과 입시 제도 변화 등에 얽히며 대학 축구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대학 지도자 간담회
한국 대학 지도자가 덴소컵 기간 간담회를 열고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도쿄 | 김용일기자

저연령 정책에 따라 대학 1,2학년 선수의 프로 직행 케이스가 늘었고, 그 속에서 연령별 대표에 발탁돼 국제 대회 호성적이 종종 나오면서 KFA와 K리그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주목받는 선수보다 이 제도에 얽혀 낙마하는 선수가 많은 게 현실이다. U-21, U-22 자격을 벗어나면 프로팀에서 방출돼 ‘저니맨’ 생활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 또 룰에 맞춰 프로 경기에 뛴다고 해도 전반 10분, 15분만 뛰고 벤치로 물러나는 건 ‘익숙한 장면’이 돼 버렸다.

대학에서는 프로에 못 간 3학년 선수가 축구를 조기에 그만두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여러 축구부가 해체 위기에 놓였다. U-23 연령대 선수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정책이 하향 평준화로 이어진 이유고, 이번 덴소컵을 통해서도 뚝 떨어진 경쟁력이 증명됐다.

현장을 찾은 다수 대학 지도자는 격노했다. A대학 감독은 “탁상공론이 증명된 것 아니냐. 저연령 정책으로 대학은 취업률까지 떨어져 축구부 운영을 안하려고 한다. 또 정부의 입시 정책으로 감독은 원하는 선수를 뽑을 수도 없다. 이 연령대를 이끌고 미래를 내다보며 축구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B대학 감독은 KFA가 운영하는 U리그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애초 KFA가 미국 대학리그처럼 만들어 학교에 수익도 안기겠다고 하지 않았냐. 현실은 정반대다. 대부분 학교에 홈구장이 없다. 한 번 경기할 때 앰뷸런스, 들것, 천막 사용료 등 100만 원 이상 기본”이라며 “KFA에 얘기하면 학교랑 얘기해서 운동장 마련하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럴 바에야 이 돈으로 해외 전지훈련하고 수준 높은 팀과 평가전 하는 게 대학은 물론, 한국 축구에 훨씬 이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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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수원FC 단장이 21일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을 찾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이타마 | 강형기기자

덴소컵을 현장에서 관전한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리더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저연령 정책을) 이해시키든가, 대학 감독 의견을 들어주든가 해야 한다”며 “일본과 격차는 30년 전부터 예견했다. 우리는 (당장 눈앞) 스케줄에 집중할 때 일본은 플래닝했다. 오래전부터 지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만 몰랐다. 커다란 중병인데 감기로만 생각한 것”이라며 성과 위주의 행정, 지도 방식에 일침을 가했다.

남자 덴소컵 ‘적장’으로 나선 이우영 일본 대학선발팀 감독도 동참했다. 그는 “(U-23 연령대 선수가) 프로에 가든, 대학에 남든 10년 후를 바라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어서 (한국인으로) 나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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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소컵에 나선 일본 대학선발팀을 이끈 한국인 사령탑 이우영 감독. 사이타마 | 강형기기자

한국대학축구연맹은 저연령 선수가 프로와 대학을 오가는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 J리그 특별 지정 선수 제도와 유사하다. 프로 구단이 자기 유스팀 또는 타 구단 유스 선수를 지명하는 게 아닌 일반 학교나 클럽팀 소속 선수를 지명하는 것이다. 지명받은 선수는 소속팀 경기와 프로 경기를 동시에 뛰며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에서 주가를 높이는 미토마 가오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고교 시절 가와사키 프론탈레 구단으로부터 ‘프로 직행’ 제안받았지만 스스로 대학 진학 이후 프로행을 원했다. 그리고 특별 지정 제도에 맞춰 쓰쿠바대를 다니며 가와사키 구단에서 매년 훈련받있고 J리그 컵대회 등에 출전하며 성장 디딤돌을 놓았다. 다만 국내에서는 여러 프로 구단이 선수 보유권, 연고지 대학 등과 이해관계를 우선 언급하며 꺼리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한국 저연령 제도를 두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메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KFA와 K리그, 이 연령대를 주관하는 대학연맹 등이 양보하는 자세로 풀어나가야 할 상황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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