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배우 이경민. 제공 | 더블에스지컴퍼니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이경민(28)이라는 원석을 발견했다.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똑부러지게 자신의 몫을 해낸 이경민은 드라마 속 모습과도 꼭 닮았다.

최근 종영한 JTBC 주말극 ‘대행사’는 회사의 유일한 실력파 여성 임원 고아인(이보영 분)이 조력자들과 함께 사내 부조리를 깨부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광고인들의 성장 드라마다. 극 중 이경민이 연기한 아트디렉터 서장우는 업계 최강으로 꼽히는 고아인의 TF팀에서 꼭 필요한 실행 능력을 갖춘 완벽주의적 성향의 엘리트 막내다.

‘재벌집 막내아들’ 후속으로 방송된 ‘대행사’는 첫 회 시청률 4.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서 출발해 마지막 16회에서 16%로 3배 이상 치솟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연출을 맡은 이창민 감독 조차도 시청률 3~4%를 기대했을 정도로 행운과 같은 성과였다.

이경민 역시 높은 시청률을 예상치 못했다며 “‘대행사’가 방영 중일 때 다른 드라마 촬영 중이었는데 현장 스태프들이 ‘대행사’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해주셨다. 그 때 인기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신인인 이경민에게 시청률이란 수치적인 성과보다 ‘대행사’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회부터 16회까지 빠짐없이 얼굴을 비춘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이경민은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거 같다. 모든 작품이 소중했지만, 처음으로 끝까지 고정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오디션을 보고 ‘대행사’에 합류한 이경민은 “처음엔 정장을 입었는데, 두 번째 오디션을 볼 땐 더 신입사원처럼 보이기 위해 셔츠에 니트를 입고 안경을 썼다”며 “또 서장우 이름으로 사원증을 만들어 목에 걸고 갔다. 다 웃으시더라. 노력을 좋게 봐주신 거 같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들은 후에는 광고회사에 다니는 지인의 회사에 직접 방문해서 자문을 구하는 등 캐릭터 연구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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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경민 제공 | 더블에스지컴퍼니

새벽 4시에 시작해 자정까지 진행되는 고된 촬영이었지만 이경민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배움의 장이 없었다. 이보영을 비롯해 VC 기획 제작 2팀으로 호흡을 맞춘 전혜진(조은정 역), 이창훈(한병숙 역) 등이 그에겐 연기 선생님과도 다름 없었다.

세트장이었지만 7개월을 촬영하며 매일같이 출근하는 기분이었다는 그는 선배들에 대해 “감사하게도 많이 도와주시고 알려주셨다. 연기 선생님처럼 늘 배려해주고 불편하지 않게 잘 이끌어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특히 이보영의 첫 인상에 대해 “너무나 대단한 선배님이라 처음엔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런데 밥을 먹던 중 제 반찬을 챙겨주시는 따뜻한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며 “또 감독님께도 ‘장우(이경민) 고정으로 써주세요’라고 하시면서 늘 챙겨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배운 점에 대해선 “극중에 제게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연기가 아니라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리액션을 하게 되더라. 선배님이 주시는걸 받기만 해도 연기가 됐다”면서 “저도 제 연기로 상대방도 같이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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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경이로운 소문’ 배우 이경민. 제공 | OCN

이경민은 2020년 OCN 드라마 ‘써치’ 오진철 상병역으로 데뷔, OCN ‘경이로운 소문’, JTBC ‘허쉬’,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해왔다.

데뷔작인 ‘써치’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경민은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신입 강력계 형사 강한울 역을 맡아 유준상과 찰떡 호흡을 보여줬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서는 구승혁 검사역을 맡아 비리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혈검사의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경민은 4수 끝에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 지난 2월 졸업장을 받았다. 바쁜 와중에도 실기 수업은 꾸준히 나갔다는 그는 “배우 진지희와 동기다. 가장 친하다. 언젠가 작품에서 만나면 정말 신기할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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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경민. 제공 | 더블에스지컴퍼니

그는 롤모델로 같은 학교 선배인 배우 유준상을 꼽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유준상 선배님을 존경하고 좋아했다. 학교에서도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유명하셨다. ‘경이로운 소문’ 대본 리딩 때 처음 뵀는데 정말 행복했다. 선배님께 제가 롤모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더니 ‘그 마음 변하지 마’라고 하셨다. 아직도 너무 존경한다.”

현재 이경민은 두 개의 드라마를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각각 5월과 7월에 방영할 예정이다. 주로 장르물에서 활약해온 이경민은 더 늦기 전에 청춘 로맨스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형사, 검사 등 신입 공무원 역할을 많이 했다. 신입 역할을 할 수 있단 건 제게 풋풋한 느낌이 있어서 시켜주신 거라 생각해 기분은 좋다. 이제는 사랑스러운 청춘 로맨스도 해보고 싶다.”

내년 입대를 앞둔 이경민은 “그 전에 후회 없는 작품 하나를 더 찍고 가고 싶다”며 다가올 30대에는 ‘흥행 보증’ 배우가 되고 싶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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