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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좌투수 이우찬이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나름 잘 한 시즌이었다고 생각했는데…다시 돌아보니 엄청 못 던지더라고요. 제가 많이 좋아졌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2022시즌 초반부터 심상치 않았다. 속구 평균구속이 시속 140㎞대 초반에서 형성되던 베테랑 투수의 구속이 크게 올랐다. 평균구속이 145㎞를 상회했고 시즌 중반에는 최고 구속 150㎞ 이상을 찍었다. 투수가 만 30대에 처음으로 150㎞를 넘기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당연히 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필승조이자 롱릴리프로서 꾸준히 팀을 구원했다. 평균자책점 1.81 피안타율 0.185로 맹활약하며 프로 입단 13년차에 처음으로 억대 연봉자가 됐다. LG 좌투수 이우찬(31) 얘기다.

그만큼 굵직한 땀방울을 흘렸다. 2021년 겨울 이우찬은 2022시즌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가 설계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소화했는데 훈련 후 자신도 몰라보게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지난 시즌 중 이우찬은 “훈련은 정말 힘들었다. 지옥에 갔다오는 기분이었다”면서도 “하지만 그만큼 느낌이 좋았다. 내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다음 겨울도 그냥 보내지 않겠다. 힘들게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짐대로 다시 험난한 비시즌 훈련에 돌입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이우찬은 지난 7일(한국시간) “이번 비시즌 훈련은 더 힘들었다. 보통 코치님이 새벽 5시 정도에 나오신다. 나도 이에 맞춰 훈련했다. 1년 전에 이렇게 훈련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또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힘들었지만 지금 몸상태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미소지었다.

이후 이우찬은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비시즌 훈련의 중요성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비시즌을 그냥 보내고 스프링캠프부터 무언가를 새로 만들려 했다. 지금은 반대다. 모든 것을 만들어 놓고 캠프에 들어간다. 시험 공부로 비유하면 공부를 다 해놓고 캠프에서는 복습만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캠프를 치르니 마음도 여유롭고 컨디션도 굉장히 좋다. 예전에는 캠프 기간 내내 심적으로 쫓겼는데 지금은 이미 준비가 됐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비시즌 내내 일찍 일어난 효과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지난 시즌에 대해 묻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은 시즌이었다. 나이를 좀 먹었지만 나는 아직도 젊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몸도 좋고 힘도 있다”며 “그만큼 욕심도 생긴다. 내 역할이 크게 주목받는 자리는 아니다. 그래도 우리 팀 뛰어난 투수들과 함께 던지고 팀이 승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경기,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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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좌완투수 이우찬이 2022년 9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KBO리그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경기 6회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우찬은 동료 투수들을 얘기하면서 후배인 고우석과 정우영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이 있었기에 경쟁심과 동기부여가 생겼고 자신도 발전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우석이와 우영이 모두 신인 때 차로 집에 데려다주곤 했다. 나이차가 좀 있지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며 “과거 삼성이 왕조를 이룰 때 많은 투수들이 오승환 선배를 따라 운동했다고 하지 않나. 나는 후배지만 우석이와 우영이가 운동하고 경기하는 모습이 자극이 됐다. 둘 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친구들인데 비록 내가 그 곳에 가지는 못해도 최대한 이들을 따라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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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좌투수 이우찬이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습관이 변하고 결과가 나오니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이우찬은 “틈틈이 성공한 사람들의 동기부여 영상을 본다. 마이클 펠프스나 영화 배우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그 자리에 올랐는지 보고 느낀다”며 “옛날에는 그런 영상에 공감하지 않았다. ‘다 잘 됐으니까 좋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들이 쉬고 자고 있을 때 훈련하고 단련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이들을 보며 반성했고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우찬은 “작년을 빼면 그래도 좀 야구를 한 해가 2019년이었다. 나름 잘 한 시즌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그 때 투구 영상을 보니 엄청 못 던지더라. 지금 많이 좋아졌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제는 마운드에 오를 때 느낌부터 다르다. 불안하지 않다. 좋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내 자신을 믿고 던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그래서 새 시즌도 기대가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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