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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국인 선수 호세 로하스가 호주 블랙타운구장에서 외야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기자] “아기자기한 야구를 선호한다.”

두산 이승엽 감독의 색깔이 호주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묻어난다. 현장 프런트도 혀를 내두를만큼 양이 많은데, 밀도까지 높다. 특히 수비는 포지션별 핀포인트 코칭을 하고 있다. 4년 만에 두산으로 복귀한 양의지는 “캠프 초반인데 이렇게 훈련을 많이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진중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승부욕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 감독의 성향이 훈련 내용에 고스란히 담겼다.

시드니 인근 블랙타운 베이스볼센터에 캠프를 차린 두산은 연일 맹훈련 중이다. 이 중에서도 눈길을 끈 건 기본기를 강조하는 수비훈련이다. 수비는 투수력과 더불어 야구를 팀 스포츠로 만드는 유일한 무기이자 기본 전력이다. 공격은 실패할 수 있지만, 수비는 실패하는 순간 패배와 직결된다. 메인구장을 포함해 세 면을 활용 중인 두산은 보조구장 하나를 통째로 수비 훈련을 위해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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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조성환 코치가 수비훈련을 위해 보조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외야수들의 기본기를 다잡고 있는 고영민 코치는 “올해 수비 테마는 안정감”이라고 말했다. 외야수비가 안정화하려면, 포구 때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고 코치는 “타구를 따라갈 때는 빠르게 달리고, 낙구점에 도착하면 심리적으로 여유를 찾은 뒤 포구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힘을 빼라는 의미가 아닌 미리 준비해서 안전하게 포구하라는 뜻이다.

외야로 날아드는 타구는 회전이나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생각한 것보다 더 뻗거나, 뚝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공과 글러브가 부딪힐 수밖에 없다. 특히 외야수는 태그업 플레이나 추가진루에 대비해 포구 후 곧바로 송구동작으로 연결해야 한다. 송구하려는 의욕이 앞서면 포구 자세부터 여유가 사라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세심한 설명과 시범, 무한반복 훈련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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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호가 블랙타운구장에서 치르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내야는 더 촘촘하다. 네 가지 포지션별 맞춤형 코칭을 하고 있다. 조성환 코치는 스텝 하나, 포구 후 송구로 전환하는 동작 하나를 느린동작으로 보여주며 어린 야수들을 조련 중이다. 글러브를 밀면서 잡을 때와 당기면서 잡을 때, 포구 후 던지려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스텝 등을 아주 세밀하게 알려준다. 아마추어 선수가 알아야 할 동작처럼 보이지만, 숙달돼 있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 펌블하는 곳이 내야다.

이 감독은 “야구는 팀원이 서로 조금씩 상호보완하며 결과를 만드는 스포츠다. 홈런을 펑펑 때려 이길 수도 있지만, 한 점을 지키지 못해 패하는 경기가 더 많다. 홈런타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공격야구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기자기한 야구도 좋아한다. 두 가지 장점을 잘혼합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변화가 도드라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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