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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가 1일 호주 블랙타운구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으며 조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기자]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적생’ ‘복귀생’ 등의 수식어가 필요 없을만큼 자연스러웠다. 두산 ‘전력의 절반’ 양의지(36)가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존재감을 뽐냈다.

양의지는 1일 호주 시드니 인근 블랙타운 베이스볼 센터(블랙타운구장)에서 시작한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포수장비를 풀착장하고 불펜에 들어섰다. 그는 “오는 1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류를 위해 팀을 떠난다. 그전까지 최대한 많은 투수의 공을 받아보고, 얼굴 이름도 익히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돌아와 어색하다고는 했지만, 첫 불펜투구부터 투구습관을 짚어내고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등 리더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이날은 하프피칭(포수를 세워놓고 하는 투구)한 박치국(25)과 불펜투구한 정철원(24)과 호흡을 맞췄다. 양의지는 “(박)치국이가 신인일 때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 투구폼이나 구위 등을 기억하고 있다. (정)철원이는 처음 받아 봤는데, WBC에서도 호흡을 맞춰야 해서 (볼 회전 등)감각을 익히는 것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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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가 1일 호주 블랙타운구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날 팀 합류 후 처음으로 포수장비를 풀착장하고 불펜투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예비역’으로 돌아온 박치국은 올해 두산 불펜에 중추 역할을 해야한다. 그는 “내 자리는 없다. 처음부터 경쟁한다는 각오로 캠프에 왔다”고 말하면서도 하프피칭이지만 시속 14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뿌렸다. 양의지는 연신 “좋아”를 외치거나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하체부터 밀고 나와야 한다. 팔을 뻗지 못한다”는 등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신인왕’ 정철원은 WBC 공인구로 32개를 던졌다. 박치국이 하프피칭할 때는 렉가드(정강이 보호대)만 착용한채 포구하던 양의지는 가슴보호대와 마스크를 쓴 뒤 미트까지 실전용으로 교체해 두산 재입성 후 처음 풀착장했다.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양의지는 “슬라이더를 던질 때 투구폼에 신경써야 한다”는 등의 세심한 평가를 곁들였다. 그는 “(정)철원이 공은 처음 받아봐서, 투수 마음에 들도록 포구했는지 모르겠다”고 자세를 낮추며 “볼에 힘도 있고, 지난해 성적을 냈던 투수였기 때문에 기대 이상으로 좋은 공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 명밖에 안받아봤지만, 아직 밸런스가 덜 잡힌 상태이기는 한 것 같다. 훈련을 꾸준히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을 뿌릴 것으로 기대된다. 내가 잘 받아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두산 정철원
두산 정철원(왼쪽)이 1일 블랙타운 베이스볼센터에서 시작한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 후 양의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블랙타운(호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냉정한 지적도 하지만 투수들을 이끄는 나름의 원칙도 공개했다. 그는 “가능하면 좋은 얘기를 하려고 한다. 특히 투수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함부로 이렇다저렇다 얘기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밸런스가 흐트러졌다는 생각이 들때는 조언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투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마음으로 앉는다”고 설명했다.

후배 포수를 이끌고 모든 훈련을 소화한 양의지는 “포수는 낯가림이 있으면 안된다. 이제는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올 수 없는 나이여서 스킨십하면서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포수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마운드 공기가 바뀐 두산이다. 양의지를 이래서 ‘전력의 절반’으로 부른다는 게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느껴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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