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성코치
두산 정수성 코치(오른쪽 위)가 1일 블랙타운 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날 선수들에게 주루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의하고 있다. 블랙타운(호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기자] 오전 훈련을 마친 두산 선수단이 식당에 조기집결(?)했다. 최선참 김재호(38)부터 야수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시선은 정수성 코치의 입에 집중됐다.

두산은 1일부터 호주 블랙타운 베이스볼센터(블랙타운구장)에서 2023시즌 준비를 위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쉴 새 없는 훈련이 이어지고, 폭염을 피해 웨이트트레이닝과 컨디셔닝을 마친 오후 7시부터 고강도 야간훈련을 치르는 빡빡한 일정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정 코치가 준비한 ‘특강’을 듣기 위해 귀한 시간을 할애했다. 함께 강의를 듣던 고영민 코치는 수첩을 꺼내 메모하는 등 열성을 보였다.

정 코치가 준비한 강의 주제는 ‘주루’다. 정 코치는 “글러브와 배트, 스파이크를 나란히 놓고 훈련도구를 (선수들에게) 선택하라면, 스파이크를 집어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루는 그만큼 관심을 덜 받는 분야”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럼에도불구하고 주루플레이 하나로 승패가 갈리는 게 야구다. 간과할 수 있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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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선수들이 1일 호주 블랙타운구장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첫날, 정수성 코치(왼쪽)의 주루플레이 특강을 집중해 듣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타자는 주자의 도움을 받고 싶어하지만, 주자가 됐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이기적인 플레이라고 역설했다. 신경쓸 게 많지만, 실수하면 안되는 분야라는 강조도 거듭했다. ‘육상부’ ‘발야구’ 등으로 대표되던 두산의 색깔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엿보인 강조다.

정 코치가 집중한 것은 크게 ‘주로’ ‘스킵’ ‘본헤드 플레이’ 세 가지였다. 주로는 베이스턴을 예로들었는데, 두 개 이상 진루할 때 각 베이스를 어떻게 도느냐에 따라 서너 발가량 차이난다는 것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스킵 동작은 투수의 견제습관이나 타이밍, 진루하려는 의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가야할 때와 가지 말아야 할 때, 사인플레이여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영상과 함께 설명했다. 야수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승엽 감독
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이 1일 호주 블랙타운 베이스볼센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블랙타운(호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함께 정 코치의 강의를 듣던 이승엽 감독은 “주루 디테일에 따라 한 점 이상 효과를 낼 수 있다. 점수가 많이 날 때도 있지만, 한 점 이 아쉬운 경기가 더 많다. 팀으로 경기를 치른다는 건 한 점이 아쉬울 때 서로 협력해 필요한 것을 만들어낼 때 가치가 있다. 힘들다고 넘어가기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여서, 주루에도 신경을 써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기자기한 야구’를 선호한다고 강조한 이 감독의 철학에 정 코치가 캠프 첫날부터 선수단에 정신무장을 시켰다. 부창부수가 떠오를 만큼 코치진의 유기적인 합이 두산의 도약을 시사한다. 스프링캠프 초반은 한해 농사를 위해 땅을 고르는 시기다. 비옥하진 않지만,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한 ‘곰들의 지혜’가 엿보인 스프링캠프 첫날이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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