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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에서 대체 외국인선수로 뛰다가 고양 캐롯으로 이적한 조나단 알렛지(왼쪽). 제공 | KBL.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3점슛 군단에 또 다른 3점 슈터가 합류했다. 2옵션 외국인선수고 새 팀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출전 시간은 길지 않지만 슈팅 능력은 ‘진짜’다. 3경기 동안 80%에 달하는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고양 캐롯 조나단 알렛지(32) 얘기다.

시작은 캐롯이 아니었다. 알렛지는 지난해 12월 중순 부상으로 이탈한 서울 삼성 마커스 데릭슨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았다. 삼성에서 10경기 평균 16분46초를 뛰면서 10.8점 5.0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예상대로 슛이 장점이었다. 3점슛 성공률 43.3%, 자유투 성공률 89.3%를 기록해 204㎝ 장신 왼손슈터로서 가치를 증명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유니폼이 바뀌었다. 삼성은 외국인선수를 전원 교체했고 데이비드 사이먼의 부상으로 고민이 많았던 캐롯이 알렛지의 손을 잡았다. 캐롯은 사이먼의 대체 선수로 드미트리우스 트레드웰을 영입했으나 트레드웰은 특별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1옵션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의 부담만 커졌는데 로슨의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후반기 트레드웰 대신 알렛지를 선택한 캐롯이다.

아직은 적응기다. 팀에 합류한 지 열흘 가량 지났다. 그래도 시작이 괜찮다. 지난 25일 기준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쏘고(평균 34.2개), 가장 많이 넣으며(평균 12.4개), 가장 확률도 높은(3점슛 성공률 36.1%) 캐롯의 팀 컬러에 딱 맞는다.

출전 시간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3일 서울 SK전에서는 1쿼터에만 3점슛 4개를 터뜨리며 17득점했다.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로슨에 대비해 수비 전술을 짠 SK에 맞서 연달아 3점슛을 터뜨리며 SK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접전 끝에 SK에 패한 캐롯이지만 알렛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캐롯 김승기 감독은 알렛지에 대해 “워낙 슛이 좋다. 막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알렛지로 인해 픽앤드팝으로 만들 수 있는 공격 옵션도 생겼다”며 “조금 더 우리 팀 수비에 적응을 해서 정해진 수비에 녹아들면 정말 좋아질 것이다. 공격에서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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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캐롯 베테랑 김강선(왼쪽)이 조나단 알렛지를 격려하고 있다. 제공 | KBL

한국 농구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캐롯이다. 지금까지 그 어느 팀도 캐롯보다 과감하게 3점슛을 던지지 않았다. 마치 최근 미국프로농구(NBA)의 모습을 재현하듯 공격에서 3점슛의 비중이 높고 패턴 플레이 또한 3점슛이 많다. 김 감독은 알렛지를 포함해 선수들에게 늘 적극적인 슛을 주문한다. 그는 “마음껏 쏘라고 한다. 오펜스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크게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수비만 정해진 대로 해주면 공격에서는 늘 찬스가 생길 수 있다. 코너든 윙이든 탑이든 찬스가 나면 슛을 던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캐롯이다. 그래도 코트 위에서 경기력은 수준급이다. 관중수 또한 오리온 시절보다 크게 늘었다. 전성현, 이정현, 로슨에 이어 알렛지까지 참여하는 무한 3점슛이 봄농구로 향하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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