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안덕수 트레이너(앞줄 흰색옷)와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등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일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앞두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출처 | 안덕수 트레이너 SNS 캡처

\'생각에 잠긴\' 벤투감독.[포토]
16강에 오르며 월드컵에서 선전을 한 축구대표팀이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4년간 대표팀을 이끌고 작별을 고한 벤투 감독이 귀국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천공항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 대업’을 이룬 한국 축구는 뜻밖에 ‘캡틴’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가 SNS에 올린 저격성 발언으로 뒤숭숭하다. 대한축구협회(KFA)도 미숙한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인 안덕수 씨는 지난 7일 SNS에 ‘(카타르 국가대표팀 숙소) 2701호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며 ‘2701호가 왜 생겼는지 기자님들 연락주시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손에서 열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니들이 할 일을 해주는데 뭐? 외부 치료? 안샘(선생님)이 누구냐고? 축구판에서 나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니들은 삼류야!’라며 그간 쌓인 분노를 드러냈다.

안 씨는 다른 트레이너 2명과 동행해 손흥민의 요청을 받아 카타르 도하로 넘어갔다. 이들은 대한축구협회(KFA)가 고용한 다른 트레이너와 별도 숙소에 머물렀는데, 손흥민은 물론 여러 선수가 안 씨가 지내는 곳에서 치료 및 마사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KFA 트레이너를 포함해 의무팀과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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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덕수 트레이너 SNS 캡처

사실 3년 전에도 국가대표팀 주요 일정에 개인 트레이너가 동행하는 게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일부 유럽파 선수가 대표팀 주요 대회에 나설 때 개인 트레이너를 동행하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KFA에 요청하면서다. 근래 들어 유럽 빅클럽 일부 선수나 개인 종목 스타 선수가 전문적인 치료와 재활을 받기 위해 구단 또는 협회에 요청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당시 KFA는 ‘원 팀 의식’을 앞세운 국가대표팀의 특수성과 고용한 트레이너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개인 트레이너의 동행은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개인 트레이너가 별도 숙소를 두고 선수가 코치진에 허락을 얻어 오가는 정도는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갈등이 커진 이유는 안 씨가 대표팀이 묵는 호텔에 자리 잡으면서 어느 때보다 다수 선수가 ‘2701호’를 오가면서다.

KFA가 고용한 트레이너를 포함해 의무팀은 선수의 몸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이들 입장에서 선수들이 ‘비공식 트레이너’인 안 씨 방을 찾는 것에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안 씨는 어느 때보다 부상자가 많은 대표팀 상황에서 온 힘을 쏟아 선수를 케어했는데 자신들을 ‘무자격’처럼 대했다는 것에 섭섭한 감정을 느꼈을 수 있다. 물론 안 씨가 SNS에 저격성 발언을 남긴 진짜 이유는 본인만 안다. 그는 현재 접촉하는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잊지 않고 다시 뛰겠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표팀[포토]

이런 상황에서 KFA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협회가 채용하려면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이분(안 씨)은 자격증 갱신이 돼 있지 않아 채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기간) 손흥민 부상도 있는 만큼 선수단과 같은 호텔 별도 층에 예약 협조를 했고, 저희가 비용 부담을 제안했으나 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 다른 선수도 이분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데 ‘비공식’으로 취급받는 상황에 불만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KFA 해명을 두고 여러 축구인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트레이너 운영에 대한 원칙도 없을뿐더러 자신들이 고용한 이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원로 축구인 A씨는 “협회가 자격을 언급하며 채용하지 않았다면서 개인 트레이너에게 월드컵 기간 숙소를 예약해주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또 무자격 트레이너에게 대표 선수 몸을 맡긴 것 아니냐. 자가당착 논리”라며 “실력을 떠나 고용된 트레이너나 의무 관계자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축구인 B씨는 “급해서 개인 트레이너를 동행하게 하고 싶었다면 협회에서 기존 의무팀과 협업하도록 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또 “당연히 선수들은 안 씨 등 자기 몸을 돌봐준 트레이너에게 고마울 것이다. 그런데 안 씨가 올린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동은 기존 의무팀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 있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면 이런 상황이 됐겠느냐. 선수들과 스태프 모두 고생했는데 자칫 외부에서 볼 땐 권력다툼처럼 비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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