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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박지수(가운데)가 2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신한은행전에서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8개월 전만 해도 환희에 젖었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고, 정상에 섰다. 지금은 아니다. 최하위권으로 처진 상태다. 청주 KB스타즈 이야기다. 박지수(24)의 부재가 결정적이다. 그나마 팀에 합류했다는 점은 희소식이다. 그러나 언제 뛸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박지수는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를 지배했다. 26경기에서 평균 28분46초를 뛰며 21.2점 14.4리바운드 4.8어시스트 1.8블록에 2점슛 성공률 59.8%를 만들었다. 3점슛 성공률도 22.2%를 보였다.

2021~2022시즌 박지수를 앞세운 KB는 ‘천하무적’이었다. 개막 후 24경기에서 23승 1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최종 25승 5패, 승률 83.3%다. 무시무시했다.

정규리그 종료 후 열린 시상식에서 박지수는 7관왕에 올랐다. 득점상, 2점야투상, 리바운드상, 윤덕주상(리그 최고 공헌도를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 우수수비상, 리그 베스트5에 정규리그 MVP까지 품었다. 두 시즌 연속 7관왕. 한 번도 최초인데 2년 연속이다.

이후 봄 농구에서도 위용을 뽐냈다. 플레이오프에서 BNK를 2승으로 제압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우리은행을 만나 3전 전승으로 끝냈다. 그리고 박지수는 챔피언결정전 MVP에 등극했다. 그야말로 ‘박지수 천하’다.

[포토] KB스타즈 박지수, 챔피언결정전 MVP 차지
KB 박지수가 4월14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문제는 이후다. 시즌 후 대표팀에 소집된 박지수는 과호흡 증세를 보이며 검진을 받았다. 여기서 공황장애 초기 진단이 나왔다. 10대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했고, 국가대표로 뽑혔다. 시작부터 ‘대들보’라 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도 진출했다.

찬사도 받았지만, 비판도 많았다. 무분별한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SNS를 통해 “농구 그만하고 싶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마음의 병이 깊어졌고, 제대로 뛸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 팀을 떠나 치료에 전념했다.

KB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그렇게 KB는 박지수 없이 시즌에 돌입했다. 결과는 2라운드까지 치른 10경기에서 2승 8패다. 1승 9패의 하나원큐에 1경기 앞선 5위다. 최하위권에 처졌다.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복귀가 보이기 시작한다. 박지수가 지난달 30일부터 팀과 동행하고 있다. 정신적인 부분은 많이 회복이 됐다. 외부 행사인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아직 경기에 나설 상태는 아니다. 일단 몸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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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박지수가 11월30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하나원큐전에서 벤치에 앉아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김도완 감독은 “박지수의 출전 시기는 가늠이 쉽지 않다. 근육이나 뼈가 다친 것이라면 복귀 시점을 특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지 않나. 공황장애에 대해 계속 알아보고 있고, 주치의 선생님과 계속 소통중이다.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고, 금방 낫는 경우도 있다. 재발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동안 집에서 계속 병원만 다녔다. 호전됐다고 하기에 가까이에서 보기로 했다. 우리 트레이너가 챙기고 있고, 병원도 주기적으로 다닌다. 훈련도 조금씩 하고 있다. 살도, 근육도 많이 빠진 상태다. 내가 하자고 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지수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힘든 상황에서 팀에 돌아왔다. 응원하겠다고 왔다. 빨리 팀에 다시 녹아들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몸이 안 따라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박)지수에게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팀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다. 우리 팀이 절대로 쉽게 쓰러질 팀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고 강조했다.

정규리그는 이제 1/3이 지났다. 3~6라운드가 남은 상태다. 박지수가 언제쯤 뛸 수 있을지 지금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섣불리 복귀했다가 다시 문제가 생기면 낭패다. 어쨌든 팀에 돌아왔다는 점만으로도 반갑다. ‘머지 않아 뛸 수 있다’는 희망이 KB에 힘을 줄 수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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