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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축구에 빠져들었다. 2022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때문이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의 경기를, 솔직히 나는 졸면서 봤다. 대한민국이 지진 날 만큼 흔들렸지만, 그날 유난히 피곤한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권의 동점골, 황희찬의 결승골 장면은 놓칠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아내가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기에 그렇다.

16강 진출의 흥분이 여전한 다음 날, 축구 동영상을 찾아보고 있는 아내에게 물어봤다. 입덕했냐고. 그리고 왜 축구에 갑자기 빠졌냐고도 물어봤다. 이전엔 축구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아내였다.

[포토] 16강 진출한 대한민국
16강에 진출한 대표팀. 2022. 12. 2.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아내는 입덕 이유로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든다. 우린 모두 생각이 다르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정치적 성향도 다르다. 모든게 다 다르다. 그런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게 축구의 힘인거 같다. 포르투갈 경기에선 누구도 갈리지 않고 온리(Only) 우리나라를 응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음, 아니 그러면 축구를 좋아한다는 건가, 아니면 그런 에너지가 좋다는 건가? 고개를 갸웃하자 아내는 “축구엔 그런 힘이 있어서 좋다”라며 “그 힘은 굉장히 크다. 아무리 돈이 많고 큰 권력을 가져도 그런 힘을 살 수 없다.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다. 그만큼 스포츠의 힘이 강하다. 그래서 골 넣는 감동을, 우리 선수들이 뛰는 장면을 다시 느끼고 싶어 계속 찾아보게 된다”라고 방싯했다.

[포토] 대한민국 \'16강 진출\'
대표팀 선수들이 2일(한국시간 3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 후 환호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 12. 2.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건 그렇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그곳에 분열은 없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하물며 중학교 반장선거도 나눠서 누굴 뽑아야 한다. 뭘 먹으려 할 때도 선택의 과정은 필수다. 그러나 월드컵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놀라운 마법을 부린다. 묻고 따질 것도 없다.

현재,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손흥민이다. 사실 월드컵 전까지 아는 선수도 그가 유일했다. 아내가 예선 3경기에서 가장 인상깊게 꼽은 장면의 주인공도 손흥민이다. 아내는 “정말 깜짝 놀랐다. 포르투갈 선수 7명이 에워싸며 달려드는데, 마스크로 시야가 불편한 손흥민은 너무나 침착하게 황희찬에게 패스했다. 순간 모든게 정지된 것처럼 보였다”라고 했다. 그리고 경기후 손흥민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포토] 손흥민, 눈물이 펑펑
이재성, 손흥민, 송범근(왼쪽부터)2022. 12. 2.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다른 태극전사들도 칭찬했다.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눈빛이 다르다고 했다. 간절함이 있는 사람들의 눈빛과 몸짓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아내는 손흥민 뿐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을 하나씩 차례로 검색하고 있다.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조규성 등등. 벤투감독도 빠지지 않는다. 관련 영상을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신 나에 대한 감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내가 제대로 축구에 꽂혔다. 축하할 일이다.

배우근의 롤리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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