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흥민 \'눈물 줄줄\'
손흥민이 2일(한국시간 3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 경기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 12. 2.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벤투호의 16강 진출이 기적인 이유. 바로 선수들의 몸 상태 때문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레이스는 험난했다. 상대가 강한 것도 이유였지만 우리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더 어려웠다. 악전고투 그 자체였다.

캡틴 손흥민은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여파로 안면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수비의 핵심으로 손흥민만큼 중요한 김민재는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아픈 채로 1~2차전을 소화했다. 3차전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3차전의 주인공 황희찬은 햄스트링 문제로 인해 1~2차전에 결장했다. 3차전에서도 100%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출전해 결승골까지 넣었다. 이재성은 발목이 아프다. 독일에서부터 꼼꼼하게 관리해 카타르에 오긴 했지만 대회를 마치면 집중재활치료가 필요할 만큼 좋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김진수, 김문환 등 K리거들은 1년 내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몸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었다. 심각한 부상까진 아니지만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는 없었다.

월드컵이라는 특수성을 배제하고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모두 결장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4년을 공들여 준비한 월드컵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에 나서겠다는 의지와 투혼으로 아픔을 참으며 뛰었고, 쉬는 날에는 최대한 빨리 회복하기 위해 휴식에 집중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선수들의 몸을 뛸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한 의무팀의 노력, 그리고 판단도 빛났다. 무리해서라도 2차전에 뛰겠다는 황희찬을 돌려세운 것도 현명하고 이성적인 의무팀의 결정이었다. 덕분에 황희찬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컨디션으로 포르투갈전에 나섰고, 결국 16강 진출 기적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수들의 몸은 이미 ‘너덜너덜한’ 상태다. 아프거나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조별리그 1~3차전을 소화했기 때문에 컨디션은 바닥이다. 심지어 휴식을 72시간 밖에 취하지 않은 채로 5일(한국시간 6일) 스타디움 974에서 열리는 브라질과의 16강전에 나서야 한다. 상대의 강력한 전력을 고려할 때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을 보면 의외의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이제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신력이 전부는 아니다. 이미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대등한 싸움을 했다. 포르투갈이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뺐다고는 하지만 벤치 자원도 뛰어난 만큼 성과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지난 6월 대표팀은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불 같은 모의고사를 치렀다. 다만 당시 대표팀의 축구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재성이나 김민재, 김진수, 김문환 등이 뛰지 않았다. 조규성 역시 대표팀에서는 백업 역할을 담당하던 때였다. 지금의 상황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기세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 포르투갈을 잡고 극적으로 16강에 오른 벤투호의 긍정적인 흐름이라면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충분하다. 마침 상대인 브라질도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100%가 아닌 만큼 우리도 자신감을 갖고 임한다면 다시 한 번 이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내친김에 8강까지 오르려는 욕심은 결코 과한 게 아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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