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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리 야구단 황승정 코치(왼쪽)와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지난 25일 리커버리 야구단이 올해 마지막 훈련을 한다고 해서 만사를 제쳐두고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다산수호야구장으로 달려갔다. 아침 10시부터 훈련이 시작한다기에 이른 아침 7시에 출발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훈련과 게임을 하고 있었고, 이날은 마지막 훈련으로 평소보다 많은 선수들이 참가했다. 주신희 코치의 말에 의하면 오늘 한상훈 감독과 권혁돈 감독 그리고 내가 온다는 소식을 선수들이 듣고 평소보다 컨디션 조절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참가한 선수들만 해도 25명 정도로 많았다. 물론 이 선수들 외에도 이들을 도와주고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와 코치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운동장이 꽉찬 느낌이다. 권혁돈 감독의 인솔하에 3시간 가량 운동을 했는데 선수들이 얼마나 즐거워하고 좋아하는지 나 또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들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심적으로 많은 변화를 받았다고 한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던 선수들이 야구훈련을 하고부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더니 이제는 너나할 것 없이 그라운드에서 활짝 웃으면서 얼굴을 서로 맞대며 웃는다. 이들에게 야구의 힘은 어떤것보다 위대하고 활력을 주며 희망을 전하고 있다.

혼자 생활하고 외롭게 지내던 친구들이 이제는 야구를 통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훈련하는 동안 주신희 코치와 그동안 있었던 사례들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례들을 여기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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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리 야구단.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사례1.

중고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친구는 따돌림에 폭력까지 합해져 단순히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은 해야할 것 같아 꾸역꾸역 학교를 다녔습니다. 고교졸업 후 괴롭히던 사람들과 헤어졌지만 여전히 또래의 사람들을 보면 무섭고, 사람들과 친해지기 전 또다시 따돌림을 당할까봐 두려움으로 가득합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본인을 따돌리고 폭력을 가할것 같아 밖을 나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겨내고 싶어 리커버리센터로 왔습니다. 센터를 다니며 일주일에 한번 야구훈련만 참여했지만 센터오는 횟수가 늘어나며 지금은 매일 센터에 나오고 있습니다.

사례2.

취업준비를 하며 일주일에 몇번씩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다니는 청년은 사회복귀를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합니다. 집에서 부모님의 다그침으로 더 노력하지만 이력서가 통과되진 못합니다. 계속되는 실패와 좌절로 본인은 사회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여겨지며 점점 집에만 머물게 되었고 시간이 길어지며 사회와 고립된 상태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가치를 찾고싶어 리커버리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 야구훈련을 통해 활력이 생기며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사례3.

어린시절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고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심한 폭력으로 중고등시절 보호시설에서 아버지와 분리되어 살았습니다. 하지만 20살이 넘으니 시설을 나와야했고 다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폭력적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것이 두려웠지만, 갈 곳이 없었습니다. 우울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사람들을 대하는 건 두려웠지만 더 힘든건 외로움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본인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리커버리센터를 알게 됐습니다. 낮동안 안전하게 있을수 있는 곳이 있어 좋고,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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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왼쪽), 리커버리 야구단 김현일 대표(왼쪽 세 번째), 권혁돈 감독(오른쪽).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이날 모든 훈련을 다 끝내고 김현일 대표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많은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옆에 있던 권혁돈 감독이 손수건을 꺼내 울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눈물 바다가 됐다. 정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다.

수년 동안 이들을 돌보고 함께 해온 김현일 대표가 없었다면 오늘날 같은 청년들이 자립하거나 해맑게 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김현일 대표는 늘 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현일 대표와 선수들,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오늘도 헌신적으로 자기 일을 뒤로 한채 이들과 함께 해온 코치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조금 더 밝아지고 살아갈만한 나라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 또한 작은 힘이나마 함께 하면서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며 지원하려고 한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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