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WORLDCUP-KOR-GHA/REPORT
지난 28일(한국시간) 열린 가나와 대한민국의 조별리그 2차전.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왜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3차전)은 동시간대에 열릴까.

오는 30일 B조 이란과 미국 경기, 잉글랜드와 웨일스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에 열린다. 같은 B조에 속한 네 팀이 동시에 경기하는 것이다. 다른 조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속한 H조는 내달 3일 자정 포르투갈-한국, 가나-우루과이전이 동시에 펼쳐진다.

2022 카타르 월드컵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었지만, 동시간대에 열린 멕시코와 스웨덴의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 3차전이 동시간 개최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6월25일 스페인 히혼 엘 몰리논 스타디움에서 열린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조별리그 경기가 발단인데, 이 경기는 훗날 ‘히혼의 치욕’으로 불렸다.

2022 FIFA WORLD CUP
UPI연합뉴스.

앞서 알제리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당시 세계 최강 서독을 2-1로 꺾으면서 기적을 연출했다. 알제리는 월드컵에서 유럽팀을 꺾은 최초의 아프리카팀이 됐다. 조별리그 2차전을 오스트리아에 0-2로 패한 뒤 칠레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두며 2승 1패로 조별리그를 마친 알제리는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보다 하루 앞서 경기를 마쳤다.

알제리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3점차로 이길 경우 알제리는 독일과 같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양 팀이 무승부를 이루거나 오스트리아가 승리할 경우에는 오스트리아와 알제리가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경기 초반 10분 동안 서독이 한 골을 먼저 넣었다. 그러자 서독과 오스트리아는 경기 템포를 의도적으로 낮췄고 양 팀 모두 의욕적으로 뛰지 않았다. 결국 서독이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1-0으로 승리했고, 16강 진출팀은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됐다.

조별예선 결과 독일, 오스트리아, 알제리가 모두 2승 1패로 동률을 이뤘고 칠레는 3패로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됐다. 골득실까지 따진 후에야 독일(+3)과 오스트리아(+2)가 알제리(0)를 제치고 16강에 진출했다.

경기 후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전날 경기 결과를 알고 경기 템포를 의도적으로 낮춰 알제리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FIFA는 두 팀 모두 이론적으로 어떤 규칙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비판이 끊이지 않자 FIFA는 ‘히혼의 치욕’ 이후 향후 대회부터 조별리그 3차전 두 경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승부조작을 의심하게 할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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